독서를 방해하는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티비나 스마트폰일 수도 있을 것이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일 수도 혹은 피곤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사정들이 있겠지만 나는 숙제처럼 읽어야 하는 부담감이 책을 잘 펼치지 않게 만든다. 새로 10권이 들어왔으니 다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미뤄두었다 쌓인 숙제 같을 때가 많다. 너무 많이 쌓이면 엄두도 못 내는 것처럼 독서를 미뤄두기도 한다. 집에 들어오면 할 일이 없어도 책을 펼치지 않는 것을 이런 이유를 변명삼아 보기도 한다.
이렇게 독서를 게을리하다 가끔 뜻밖의 발견을 하기도 한다. 문득 뒤적거리거나 정리하려고 꺼내들은 책을 한 페이지라도 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작정하고 읽으려고 펼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책에 빨려 들어간다는 것이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활자를 읽는 즐거움이 마구 밀려오며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책장을 넘기게 된다. 우연히 길을 걷다 마음을 흔드는 음악을 듣게 된 것 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먹었는데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인 것 같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주는 크나큰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이래서 또 보물찾기 하듯 책 한 줄을 읽게 된다.
나의 독서 게으름을 애써 정당화하듯 발견하게 되는 우연한 책들, 그 우연한 책들이 주는 뜻밖의 즐거움. 그래서인지 숙제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많이 읽는 것보다 재미있게 읽자는 다짐을 한다. 책은 즐거운 것이지 누군가 시키는 숙제가 아니니까.
그나저나 오늘 나를 이토록 즐겁게 만든 우연한 책은 바로 <서점 일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스코틀랜드의 중고 서점 ‘더 북숍’을 운영하며 쓴 일기이다. 책방의 즐거움과 아름다움만 찾으려 한 나의 일기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솔직하고 냉소적이고 따뜻하면서도 시크하지만 섬세한 주인장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방 일은 못 할 일이라 구시렁거리면서도 엄청난 애정이 담겨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나의 책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나는 아직 초짜 책방지기여서 좋은 점만 보고 있지는 않을까? 책방의 단 맛, 쓴 맛을 다 보고 겨우 독립한 남편을 봐와서 책방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좋은 것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은 이 공간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도 게을리하는 초짜 책방지기이지만 그래도 우연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책방이 곁에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다. 나도 언젠가는 책방의 쓴 맛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좋다. 이 우연한 즐거움들을 더 많이 누리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