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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31. 2020

2020년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연말 분위기가 안나는 해가 또 있을까. 의식해서 날짜를 세지 않았다면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도 모르고 새해를 맞이할 뻔했다. 들뜬 분위기 대신 조용하게 보내는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제주에는 밤새 엄청난 폭설이 내렸고, 나는 오늘 아침 일찍 서울의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지난 수술 결과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고작 몇 분의 진료를 위해 몇 시간을 이동하고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결과는 잘 제거되었고 조직검사 결과도 이상 없음이었다. 다리의 통증도 약을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7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병을 발견한 날, 여러 의사 선생님을 찾아 해맸던 날들, 수술하는 날, 검사 결과 나왔을 때 소리 없이 엉엉 울었던 그날, 퇴원 후 무기력하게 지낸 날들, 그리고 떠난 여행, 그 후에 펼쳐졌던 다양했던 삶. 그리고 앙금처럼 남아있던 마지막 덩어리를 없앤 마침내 찾아온 오늘. 다사다난했던 2020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하루 종일 긴 이동과 기다림에 지쳐 좋은 소식을 듣고도 담담하게 병원 밖을 나섰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엄마와 통화를 하고 친정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을 때 그제야 나도 모르게 내가 미소 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스크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이제 진짜 끝이고 새로운 시작이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올해는 특히나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모두가 버티느라 이겨내느라 고생이 많았다. 긴 기다림 끝에는 분명 희망과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내일 새로운 태양이 뜨고 나면 모두 힘든 것은 잠시 덮어두고 희망만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시작은 앞을 알 수 없기에 두렵기보다 희망찬 것이니까 절망보다 밝게 웃으며 새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행복한 꿈을 많이 꾸시길 바라며 올 해를 조용히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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