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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랑 Jul 07. 2023

퇴사 대신 복직하겠습니다.(2)

부모님 도움 없이 두 딸 키우는 엄마의 도전기

아파트 전단지를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눈에 띄고 싶어 노란색 종이로 출력해서 붙여 놓은 나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붙인 날 저녁에 전화가 한 통이 걸려왔다.


나: 여보세요?

전화 주신 분:안녕하세요~ 전단지 보고 연락 드려요~

나: 네??!!!


설마 전화가 그렇게 금방 올지 몰라 나는 잠시 멍해지며.. 어버버어버버..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도 몰라 잠깐 멍 때리는 사이에 감사하게도 전화를 걸어주신 분께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셨다.


남편이 퇴근하는 길에 자기에게 딱 맞는 일인 것 같다며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고 하셨다.

자신은 얼마 전까지 어린이집에 다니셨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오~ 경력자?!!! 그런데 다시 들어보니 어린이집을 30년 정도 운영하셨다고 하시는 말에

네??!! 이런 분이 왜???

왜 어린이집은 이제 안 하시냐는 나의 질문에 코로나 타격에 아이들이 많이 없어 원생 모집도 안되고 평생 원 없이 한 것 같아서 몇 달 전에 그만두고 쉬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생 아이들을 사랑하며 부대끼며 일하던 사람이 운동하고 여행 다니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좀이 쑤시고 심심하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같은 단지라 출퇴근도 가깝고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이런 고급인력이 연락을 주시다니.. 감동하며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그렇게 간단히 통화를 하고 얼굴 뵙고 이야기해 보자고 면접 일정을 다음날로 잡았다.

뭐지? 이렇게 금방 연락이 온다고? 신기했다.

그리고 그날 늦은 저녁 문자가 와있는걸 아침에 확인했다. 일이 있어 늦게 들어가는 길에 광고를 보고 연락드린다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돌봄과 등하원 경력이 있으신 분이었다. 면접을 보고 싶다며 적극성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렇게 처음 연락 오신 분과 같은 날 면접 일정을 잡았다.


면접 시간이 다가오자 질문 리스트를 적어보고 주말이라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을 보았다.


첫 번째 면접을 본 분은 어제 적극적인 문자처럼 아이들 주스를 사 와 나누어 주면서 열심히 할 것을 어필하셨다. 경력도 있으시고 성실하게 해 주실 것 같아 남편과도 괜찮은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번째 면접을 본 분이 딱 어오시는 순간!

이분이다 싶을 정도로 인상이 너무 좋으셨다. 누가 봐도 카리스마 어린이집 원장님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바로 뒷동이라며 너무 가깝다며 신기해하시며 들어오셨다.


질문을 하지 않아도 내가 궁금해할 것들을 줄줄 이야기해 주셨다. 유치원 교사로 시작해서 아이를 낳고 쉬다가 동네 단지에서 어린이집을 시작해 몇 군데서 30년 동안이나 아이들과 함께 하셨다고 하셨다. 평생 이 근처 사시며 즐겁게 일하셨다고 하시는데 진심이 느껴지며 긍정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었다.


게다가 자녀를 셋이나 키우며 일하셨던 워킹맘이라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애들 저녁이나 목욕도 적응되면 시킬 수 있다고 하시며 "엄마 아빠가 퇴근하고 좀 편해야죠." 일하는 엄마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해 주시는 그 진심 어린 말들에 눈물이 날 뻔했다.


성격이 제 각각인 3남매를 키우신 과정, 어린이집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 멘토를 만난 듯 나도 모르게 처음 본 분의 이야기 속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듣다가 무엇이든 물어보라며 여유 있는 미소에 바로 함께 하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했지만 일단은 연락드리겠다며 보내드렸다.


돌아가시고 나서 첫째가 두 번째로 만난 할머니가 마음에 든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이야기해 주었다. 낯가림 심한 둘째도 평소와는 다르게 처음 보는 할머니 옆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 눈은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도 이런 분은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며칠 다른 분 연락 없다면 이분으로 하자고 결론지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한통 두통 꽤 많은 분들의 전화를 받았다. 전단지가 이렇게 잘 통하다니!!! (앱으로만 사람 구하는 분들 전단지도 추천합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이 동네가 아이들 다 키워놓은 어머님들이 많은 동네이고 나 같은 아이 키우는 엄마의 비율이 더 낮으니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웠던 것 같다. 이런 운이 좋은 상황에 이런 곳으로 이사 온 것이 참 감사했다.

사실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기에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다. 하늘도 나의 기도와 간절함을 알아주었나 보다 싶었다.


결국 가장 처음 연락 온 분과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적응 기간을 이야기하는데 어차피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애들은 절대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진다며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며 이런저런 계획들을 먼저 주도적으로 알려주시는데 더욱 안심이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엄마 아빠 없이 아이들만 시댁이나 친정에 맡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기에 늘 할머니 댁에 가면 엄마 껌딱지였던 아이들. 엄마가 옆에 있을 때는 할머니 연령대인 등하원 선생님에게 잘 가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 없으면 자기에게 올 것을 안다며 자신감을 보이시는 모습에도 나도 흔들림 없이 적응하리라 믿었다.


그렇게 아이들 케어 문제가 해결되니 이번에는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둘째 임신했을 때도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로 끊임없는 일에 파묻혀 다녔던 지라 내가 과연 회사를 다니며 아이들 케어가 가능할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잠을 못 자며 걱정하는 나의 한숨에 그럴 거면 그냥 그만두라는 남편의 말이 위로가 되긴커녕 짜증만 올라왔다. 내 기분을 알까? 그래도 해보기로 했는데 하기도 전에 그만두라니.. 무슨 말을 해도 짜증이 날 정도로 그냥 난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였다.


그렇게 불안하던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간을 흘러 복직일이 가까워졌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 산에도 오르고 명상도 하고 모든 긍정적인 이야기로 마음을 다 잡으며 자신감을 충전했다. 일단 해본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복직일 아침이 되었다. 나의 회사 생활은 어떻게 흘러갈까?

(복직 후 나의 회사 이야기가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Dear 육아 휴직 후 복직을 고민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자신이 회사에서보다 아이들 옆에서 더 행복한 사람인지 아닌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알 거예요. 자신에게 진심으로 물어보고 답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복직하기로 결심했다면 방법은 어디에든 있다는 것을 저도 경험을 통해 배웠답니다. 복직을 결심하신 엄마에게도 아이를 케어하기로 결심한 엄마에게도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 드립니다^^♡


From 부모님 도움 없이도 복직이라는 도전을 할 수 있음을 배운 워킹맘 나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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