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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r 26. 2023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붙잡아야 할 멘탈

학교폭력 책임교사 이야기 1

학교폭력 책임교사, 말 그대로 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책임지는 교사다.

대개 생활교육부장이나 생활지도부장으로 불리는데, 옛날 학생주임이라 불렸던 그 역할이다. 물론 혼자서 학폭 업무를 다 맡지는 않는다. 대개는 생활부 기획 선생님과 협력하여 일을 처리해 나간다.


학교폭력 업무의 첫 번째 어려운 점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 쉽게 말해 학교에 폭력 사안이 발생하는 순간이 바로 담당 업무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학교의 다른 일들은 하루나 주간, 혹은 연간 계획에 따라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학폭 일은 그렇지 않다. 사실 학폭 업무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학폭 사안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매우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진다. 반면 두 건 세 건의 학폭 사안이 동시에 터지면 그야말로 생활부실은 ‘헬’이 된다. 이럴 때 생활부실에 누군가 들른다면, 여기가 학교인지 경찰서 취조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학폭 업무는 상당히 매뉴얼화되어 있다. 그 매뉴얼이 제법 두께가 있는 한권의 책 수준인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뉴얼이 있다는 건 정해진 일처리의 루트가 있다는 것이므로 일은 피곤할 지언정 안심되는 면도 있다. 학폭 사안이 발생하면 일단 3일 동안 긴급 분리를 시켜야 하고, 관련학생(가해,피해,목격)의 사실 확인서를 받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하며, 학교폭력 전담기구 회의를 개최한다. 폭력 사안을 인지한 지 48시간 내에 교육청에 사안 보고를 해야 하고, 2주 이내에 전담기구 회의 결과를 보내야 한다.


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그 뒤로 줄줄이 이어지는 일련의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멘탈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좋을까?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내려놓아야 할 세 가지 마음과 가져야 할 두 가지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개인적인 기준으로 정리해 본 것이다.


우선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내려놓아야 할 첫 번째 마음은 ‘일에 대한 중압감’이다. 학폭 사안은 그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대개 우발적인 사건이라기 보다는 상당한 시간동안 피가해 학생들 간에 얽히고 설킨 감정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부모님들과 소통하는 일은 담당 교사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유는, 다행스럽게도 현재 학교폭력 심의위원회가 교육청에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2020년에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해, 학교에서 개최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 회의는 그 사안이 학교장 자체해결로 할지 교육청 심의위원회로 의뢰할지만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실제 사안에 대한 판결은 교육청 심의위원회가 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좋으냐에 대해서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예전처럼 학교폭력에 대한 최종 판결의 책임이 학교에 있다고 한다면 나 자신도 학폭 책임교사 역할을 심적 여유를 갖고 해나가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학폭 심의위원회를 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교육청에 과부하를 줄 수 있고 학교의 교육적 기능이 약해질 수 있는 한계를 지닌다. 즉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학부모의 민원과 학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학교가 그 일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아무튼 학폭 업무 절차의 중요 부분을 교육청이 분담하고 있는 점은 학폭 책임교사에게 업무 부담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렇다고 학교가 편하게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다.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소통하며 사안을 조사하고 절차를 진행하는 것만도 매우 힘든 일이다. 장담컨대 어지간한 멘탈을 지닌 사람도 이 일을 조금만 해보면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이다. 자신이 학폭 담당교사라면, 일이 부담은 매우 되겠지만 주요 판결을 교육청이 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일에 대한 중압감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두 번째 내려놓아야 할 마음은 ‘일에 대한 귀찮은 마음’이다. 앞서 말했듯이 학폭 사안은 예측 불가능하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사안이 없을 때의 평온함에 적응되어 있다 보면 학폭 사안이 생겼을 때 귀찮고 짜증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얼른 자신의 역할을 기억하고 맡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 내려놓아야 할 마음은 두 번째 마음과 연결이 되는데, 발생한 사안을 귀찮게 여기다 보면 ‘가해관련 학생에 대한 분노’가 생길 수 있다. 여기서의 분노는 그 학생이 한 나쁜 행동에 대한 분노라기보다 나에게 처리해야 할 일을 발생시킨 것에 대한 분노이다. 이런 감정을 갖게 되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차분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멘탈이 흔들리게 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책임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먼저 ‘피해 학생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다. 경쟁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피해 학생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약자이다. 어쩌면 학교폭력 책임교사는 학교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도울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일을 대충 처리하게 되면 그 학생이 겪는 고통이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학폭 책임교사가 학폭 사안을 진행할 때 진심을 가지고 하는 것과 안 가지고 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다음으로 ‘가해 학생의 변화를 바라보는 마음’이다. 가해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처분이 내려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학생도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커 나갈 수 있어야 하며 결국은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폭 책임교사가 단순히 주어진 일의 처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가해 학생을 바르게 지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현 상황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역할은 분명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학폭 담당교사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하느냐에 따라 어려움 중에 있는 학생을 돕고, 바르게 지도해야 할 아이를 지도할 수 있으며 학교의 평화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일에 대한 중압감은 내려 놓고, 매너리즘이나 귀찮아하는 마음을 버리며 그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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