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다니엘서는 신약성경의 요한계시록 만큼이나 흥미있기도 하고 동시에 신비로운 책이다. 전체 12개 장 중에 앞부분 1~6장은 현대 영화로 만들어도 부족함 없을 수준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되어있고, 뒷부분 7~12장(외경에서는 14장까지 있음)은 알쏭달쏭해서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예언의 말들이다.
다니엘서에 나와 있는 여러 꿈의 해석과 환상 중에 중심에 있는 것은 도입 부분에서 다니엘이 해석한 느부갓네살의 꿈이다. 망해버린 조국을 떠나 자신을 지배하는 제국 바벨론에 젊은 인재로 스카웃되어 있던 다니엘은 바벨론 제국의 황제 느부갓네살의 알 수 없는 꿈을 해석해 주게 되는데, 사실상 이 꿈의 해석으로 다니엘은 유력한 정치 지도자로 올라서고 베벨론이 망하고 페르시아 제국이 들어설 때까지도 정치적 실세로 활동할 수 있었다.
느부갓네살이 꾼 놀라운 꿈은 놀랍게도 이후 천 년 동안의 세계사의 흐름에 대한 것이었다. 느부갓네살은 하나의 커다란 조각상에 대한 꿈을 꾸었는데, 머리는 금, 가슴은 은, 배는 놋, 다리는 쇠와 진흙으로 되어 있는 동상이었으며, 쇠와 진흙으로 된 다리의 시대에 별안간 '손대지 아니한 돌'이 나와서 그 조각상을 파괴시키는 꿈이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꿈을 꾸고 번민에 가득차 있던 느부갓네살에게 다니엘이 이 꿈의 해석을 해주게 되고 황제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의 신통함에 탄복하여 그를 제국의 총리에 임명하게 되었다.
그 꿈에 대한 다니엘의 해석은 이러했다. 그 조각상의 각 부분은 앞으로 나타날 전 세계적 제국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다니엘 당시에는 그 제국들의 이름을 당연히 몰랐겠지만 통상 그 제국들은, 금으로 된 머리는 꿈을 꾼 당사자 느부갓네살의 나라 베벨론 제국(주전7~6세기)을 의미하고, 은으로 된 가슴은 다음 나라인 페르시아 제국(주전 6~4세기), 놋으로 된 배는 알렉산더 대왕의 그리스 제국(주전 4~1세기), 그리고 쇠와 진흙으로 된 다리는 로마 제국(주전 1세기~주후 15세기)으로 해석된다. 다니엘은 쇠와 진흙으로 된 나라가 두 개로 분리될 것까지(기원후 476년 서로마와 동로마의 분리) 해석을 해 주었기 때문에, 기원전 7세기의 인물에게 향후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알려 준 셈이었다.
다니엘서에는 느부갓네살의 꿈 외에도 알렉산더 대왕과 그 뒤를 이를 프콜레마이오스와 셀레우코스 왕조에 대한 이야기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되어있다. 하지만 다니엘의 이 놀라운 예언은 역설적으로 다니엘서의 역사성에 대한 의문을 가져오게 되었다. 기원전 7~6세기의 인물 다니엘이 어떻게 기원전 4~2세기의 세계사를 이토록 자세히 묘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다니엘서의 전체 또는 일부가 기원전 2세기 경 마카비 왕조 시절에 편집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원전 4~2세기의 세계사에 대한 기술 때문에 다니엘서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데에는 한 가지 큰 오점이 있다. 바로 다니엘을 제국의 정계에 입각하게 만든 첫 번째 사건, 느부갓네살의 꿈 해석에서 다니엘은 2~300년이 문제가 아니라 1000년 이상의 역사를 내다보지 않았는가. 역사학자들이 얘기하는 기원전 2세기 마카비 왕조 때에는 아직 로마 제국이 역사의 전면에 드러나지도 않은 때였다. 그리고 다니엘은 또 하나의 신비로운 사건, 로마 제국 시대에 메시아 탄생(손대지 아니한 돌)이 있을 것까지 예언했다.
성경에 대해 합리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어차피 종교는 신비로운 영역이며 한 종교의 경전을 이성적으로만 해석하다보면 그 종교의 본질을 놓치게 된다. 그런면에서 다니엘이 해석한 느부갓네살의 꿈은 다니엘서의 역사성을 스스로 증명하게 만드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