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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훈 Mar 12. 2024

학폭 조사관 제도를 앞두고 학폭조사관을 걱정하다

학교폭력 책임교사 이야기9

올해부터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시행된다. 교사들의 학폭 업무를 줄이겠다고 도입된 제도인데, 교사들이 학폭조사관의 방문 일정을 맞추고 조사 여건까지 준비해야 하는, 이게 일이 줄어드는 건지 늘어나는 건지 의심스러운 그런 제도이다.


학기 초에 학폭 사안 2건이 터져서 학폭 조사관의 조사를 의뢰하게 됐다. 그런데 조사관 방문 일정 잡기가 벌써부터 쉽지 않다.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방과 후 시간만으로 잡다 보니 시간 잡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학교는 여러개이고 그 학교들마다 사건이 터질텐데 과연 방과후 시간 만으로 조사가 가능할까 의문이다. 학폭은 사건 접수 시점부터 2주 안에(연장시 3주) 전담기구 결론을 내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볼 때, 기한 내에 조사를 하려면 학교장의 승인을 얻어서 일과 시간 내에 조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되리라 예상한다.   


오늘도 사건에 대한 1차 기초 조사를 하느라 애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 간에 얽히고 설킨 복잡한 원한 관계들을 들었다. 확실히 진이 빠지는 일이다. 이제 이 조사에 이어서 학폭 조사관들이 2차 조사를 이어간다. 하루 일과퇴근 시간을 훌쩍 넘어서 마치면서 문득 학폭 조사관이 걱정되었다. 이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듣느라 얼마나 머리 아플 것인가. 


학폭 조사관은 건당 수고료를 받는 방식으로 교육청과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들이 과연 이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예상으론 '아이고 학교 선생님들 고생이 많으시대요. 저는 그 돈 받고는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하고 그만 두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교육적으로 보자면 학교 학생들의 일이니 학교가 감당하는게 이상적으로 맞다. 하지만 업무가 폭주하고 학교의 결정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복과 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학교가 이 일을 맡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개인적인 제안으론 학폭 조사관의 급여와 대우를 대폭 향상시키면서 좀 더 안정적으로 몇 개의 학교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교사의 업무 부담도 본격적으로 덜어줄 수 있고, 그 분들도 보다 안정적으로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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