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학교폭력 업무 부담을 줄인다고 도입된 학교폭력 전담 조사관 제도가 산으로 가고 있다.
학폭 조사관의 조사 때 교사가 의무적으로 동석하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조사관에게 제공할 1차 조사를 하고 조사관이 2차 조사를 하는 시간까지 온전히 써야 한다. 교육부는 동석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서울시교육청 등 몇몇 교육청이 의무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오늘 내가 조사 의뢰한 사안은 관련 학생이 8명인 사안이다. 교육청이 생각하는 학폭 사안은 한 사안에 2~3명의 학생을 한 번 짧게 만나서 상황이 파악되는 줄로 아나 보다. 교육청이 이만큼 학교 현장을 모른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게 아니라 학폭 담당 교사를 업무 부담으로 아예 죽어나라는 말밖에 안된다. 기존의 1차 조사, 긴급 분리, 화해 조정, 사안 보고, 처분 사항 이행 등 모든 업무가 그대로이고 거기에 조사관 조사 일정 수립과 조사 시 동석까지 추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이렇게 된 원인은 조사관의 위상을 학교에 대한 소속감 없이 단순 외부 조사인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학생이 생판 모르는 사람이 외부에서 방문한다고 하니 학생과 단독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게 되고, 결국 교사가 동석해야 하는 앞뒤가 전도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폭 조사관 제도가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애초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첫째, 조사 시 동석 의무를 해제하고 학생의 상황에 따라 필요시 동석할 수 있는 선택 사항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학폭 조사관의 위상을 단순 외부 조사인이 아니라 한 조사관이 몇 학교를 책임지고 담당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조사관이 학교에 방문하여 교사들과 소통하고 학생들도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 선생님(조사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라 미리 소개하며 학부모에게도 미리 알려서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러면 값싼 인건비로 모든 학교에 시행할 것이 아니라 조사관의 처우 등 위상을 높이고 예산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일부 학교에 우선 도입하고 점차 확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