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서 파도를 본다_고찰>
1. 소멸.
: 시간의 작용에 따라 하릴없이 낡아가며 바스러지는,
이는 한 종류의 이별의 형태.
2. 사고.
: 시간의 진행에 따라 예기할 수 없는 자연의 변덕에 치인,
이는 한 종류의 이별의 형태.
그러나 객관성에 입각된 이별의 형태는 아마도 '소멸'에 가까울 것이다. 그대와의 분리는 여전히 그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떨림을 제어하지 못하며, 이는 흡사 하나의 사체가 향기의 일부가 되기 위해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듯, 사망한 내 마음의 일부 조직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그 잔해가 결코 사라질 수 없음은, '무에서 유가 생겨날 수 없고, 유에서 무가 될 수 없다'는 법칙에 인함이라. 그렇다. 영원성, 무한한 시간 앞에서 1초든, 1년이든, 1세기든 얼마나 큰 차이가 있으랴!
비록 그대를 사랑함으로써 생명력을 부여받은 마음의 일부 조직은 이제 사망과 결합되어 있지만, 이것이 결코 '무'의미함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영원불멸하는 어떠한 작용에 의해 나와 그대가 사랑했음은, 지속되었던 그 사건의 시간이 아닌 사건의 발생에 의미가 있으니, 이는 또 다른 영원불멸하는 작용에 얽혀 그 일부로서 조직되리라.
이 우주 속에서 발생했던 모든 사건이 그대와 나를 사랑하도록 작용하였듯, 이 우주 속에서 그 어떠한 것도 나와 그대의 사랑을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지 못하였듯, 이 우주가 지속되는 한 나와 그대가 사랑했음은 결코 '무'효화 될 수 없으리라.
사랑하는 그대여, 내 마음의 조직에서 탈거하여 미지로 편성한 그대여, 속히 다시 만나게 될 미지의 그날을 기립니다. 언젠간 그대가 이 우주 속 어느 꽃잎의 향기 하나 속에 스며드셨을 때에, 나는 나방의 날개를 빌려서라도 그대에게 날아가겠습니다.
...
3. 결합.
: 사건의 임의성 내지는 필연성에 따라 하나의 관계-미시적 세계에서부터 거시적 세계의 범위로서-에 조직되는 것.
이는 한 종류의 이별의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