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늘에서 파도를 본다_수필>
1.
어느 휴일이었다. 아침이 끝나갈 무렵까지 느긋하게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어쨌든 무언가 약속했던 것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 되었기에 적당히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세수를 하여 정신을 좀 차린 뒤 방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장면을 보았다. 시곗바늘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앞서 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얼른 나갈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서 지하철을 타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항상 그렇듯 왼쪽 바지 주머니 속에 넣어두는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번에는 참으로 황당한 장면을 보았다.
'진짜 지금'은 잠깐일지언정 내가 살아가고 있던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 아니었던 것인가?
2.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잠깐 기대었는데, 꽤나 피곤했던 탓인지 나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짐작조차 어려울 정도로 개운한 기분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 고개를 돌렸을 때 마주친 시계는 여린 송사리를 낚아 올리기라도 하듯 나의 눈을 번쩍이며 놀라게 했다.
"7시라고?"
아, 이 물음의 정확한 의미는 이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오후라는 거야 오전이라는 거야?"
...
시간을 잘못 인식하거나 착각한 경험 하나만으로도, "지금이 몇 시지?"라는 질문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곤 한다. 착각은 종종 의문을 불러오곤 하며, 이는 다소 지겨운 질문의 기차놀이를 범하곤 한다.
'모든 존재가 시간을 인식하는가? 왜 어느 때에는 시간이 빠르거나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우리의 감정은 시간 감각을 초월하는 체계인가? 그와 나의 시간이 동일하게 흐르는가? 왜 1초인가? 왜 1초의 기준이 이렇게 되었는가? 왜 나는 현재라는 시간의 약속에 강제적으로 동참해야 하는가? 시간은 왜 이리도 야속한가? 왜 나는...'
수많은 질문들 중 정말 궁금하거나 그 해답을 갈구했던 것이 하나라도 있더라면 공부를 하든 책을 찾아보든 할 테지만 그 정도까지는 안 미치는지 단지 질문만 좀 늘여 보곤 한다. 혹은, 과연 본질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인가 싶기도 하여 아리송한 이 욕구를 회피하다가도, 이내 개인적 호기심에 불과했다며 단순한 결론을 내리곤 한다.
각설하고, 우리는 시간을 소중히 해야 함이 마땅하며, 그렇듯 누구나 시간 앞에서 폭력적인 대가를 치르지만, 시간은 우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듯하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아니, 아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정녕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맞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