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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 서연 Nov 05. 2024

서스펜스 발레 영화

영화 <조이카>

발레 피아니스트 최지원님이 인스타그램에서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된 영화이다. 블랙 스완급 이상으로 스릴이 넘치는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미국인 출신의 발레 무용수 조이 워맥으로 그녀는 학생 시절 볼쇼이 발레 학교로 스카웃 된다. 러시아 최고의 발레리나 중의 한 명인 나탈리아 오시포바처럼 되고 싶었던 그녀는 러시아행을 감행한다.


그러나 러시아 발레 학교에서 어디까지나 이방인인 그녀는 또래 친구들의 냉담과 선생님의 차별을 겪으면서 러시아 발레의 냉정한 무한 경쟁에 빨려 들어간다. 남자친구 니콜라이는 그녀에게 발레 실력만이 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 앙상하게 마른 몸매와 함께 러시아 인맥 또한 있어야 했다. 또한 또래 친구들의 갖은 음해와 시기, 질투도 견뎌내야 했다.


러시아인이 아닌 미국인이어서 차별받은 조이 워맥. 발레단 오디션 기회를 얻는 것조차 불공평함을 겪어야 했는데...그런 그녀는 피라미드 구조같은 러시아 발레와 정치판 싸움 못지않는 정치질에, 혹독한 발레 연습에 대한 중압감까지...이 모든 것들을 견뎌냈을까?

https://youtu.be/GmY3bcioHcc?si=RmUAZjNf4Zf9o6AM


배우들의 정보를 검색해보니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모두 어릴 적 발레 교육을 받았거나 실제 무용수 출신들이었다. 조이 워맥 역을 맡았던 탈리아 라이더는 어린 시절 발레 훈련을 받은 적이 있고, 볼쇼이 발레 학교 선생님으로 나왔던 다이앤 크루거는 로열 발레 스쿨에 입학했던 경력이 있다. 니콜라이 역을 맡은 올레그 이벤코는 실제 무용수 출신이다. 그는 영화 <화이트 크로우>에서 전설의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 역을 맡은 바 있다.


이 영상을 보고나서 여러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했다. 전형적인 미국 발레리나 체형인 조이 워맥은 러시아 발레에서 원하는 체형이 아니었기 때문에라도 더욱 차별받았다. 차라리 그냥 미국에서 ABT나 뉴욕시티발레단에 입단했다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했거나 인생이 조금은 수월하게 풀려나갔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이 워맥


일전에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언제나 1위로 뽑힌다는 링컨 대통령이 사실은 알려진 것처럼 고결하지만은 않았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반대 의원들을 회유, 설득 심지어 협박까지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이번 영상을 보면서 링컨 대통령에 관한 일화를 떠올렸다. 자신의 웅대한 목표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는 점은 정치판과 다른 세계의 영역도 똑같다는 것을. 천상의 슈즈를 신고서 관객들에게 주목과 환호성을 받는 무대 위의 백조로 날아오르기 위한 과정은 몸을 혹사시키는 가혹한 연습과 함께 온갖 난무하는 정치적 음해와 진흙탕 싸움을 이겨내야하는 강철 멘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사람이 너무 맑고 깨끗해도 세상 살기 힘들다는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인간은 도덕성을 추구하고 싶어하지 않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다. 어쩌면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만을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다양성을 품어준다고 알려져 있는 로열 발레단도 알고 보면 똑같다는 점이다. 로열 발레스쿨 출신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우대하기 때문에 매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입상한 아이들을 데려와 입단을 시키기는 하지만 로열 발레 학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겪는 차별이 힘들어 대부분 그만둔다고 한다. 그나마 영국은 발레 학교 오디션은 실력이 있으면 다양한 국가, 인종에 문이 개방되어 있으니 러시아에 비하면 조금은 유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조이 워맥은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했던 경력도 있으나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한국도 떠났다.


알고 보면 경쟁 없는 사회가 없고 팔은 언제나 안으로 굽는다. 그리고 실력이 있다고 해서 인생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인간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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