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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빌 "한스 판 마넨 × 허용순"

서울시 발레단 <캄머발레 × Under the trees' Voices>

by 아트 서연



1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는 김지영 발레리나의 독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스카를라티 k.159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인 표현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는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존 케이지의 <풍경 속에서> 역시 유튜브로 예습했을 때 감동받았던 그 느낌이 아니었다. 아다지오 느낌으로 관능적인 듯 그 속에 내재되어 곧 분출할 것만 같은 열정적인 에너지의 느낌도 없었다. 전반적으로 무용수들의 연기와 음악적인 표현이 다소 슴슴했다. 그 와중에 김지영 발레리나의 솔로는 단연 돋보였다. 타인으로부터 소외된 한 인간의 내면과 고독을 공감대를 끌어내며 전달한 지영리나의 춤에서 그 동안의 관록과 남다른 깊이를 느꼈다.

1부에서 조금 실망했던 게 2부에서 만회가 되었다. 춤 잘 추는 무용수들을 2부에 배치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명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에지오 보쏘의 교향곡 위에 펼쳐진 무용수들의 격정적인 춤사위를 보며 나 역시 감정의 파노라마를 경험했다.

특히 보쏘의 연인 역으로 나온 강효정 발레리나의 애절한 눈빛과 표정연기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각종 방송 매체의 인터뷰에서 해맑게 웃었던 효정리나는 무대 위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애틋함과 슬픔이 교차하는 감정의 깊이가 담긴 효정리나의 시선과 몸짓은 정말 강렬한 여운이 되어 돌아왔다.

보쏘가 남긴 음악에 관한 메세지가 전광판에 뜨는 동안 보쏘 역의 이유범 발레리노가 지휘봉을 들고 지휘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장면도 인상깊었다. 지휘자의 발레마임이 끝나자 보쏘가 남긴 강렬한 선율들에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이 펼쳐지면서 내 마음도 왠지모를 뭉클함으로 살짝 눈물을 훔쳤다.

다들 보는 눈이 비슷한가보다. 관객들의 호응과 박수소리가 2부가 훨씬 뜨거웠다. 공연시간보다 5분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 분량을 날렸다. 그러니까 카라예프 음악이 나오는 부분을 통째로 날린 것인데, 1부 공연이 그나마 덜 좋았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상한 안도감을 느꼈다. 허겁지겁 공연장에 갔다와서 이미 기 다 빨린 상태에서 쓰는 후기라 제대로 쓰는지도 모르고 썼다.

1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 커튼콜을 하는 김지영 발레리나
2부 허용순의 Under the tree Voices, 가운데 블랙의상을 입은 강효정 발레리나, 이유범 발레리노


그 동안에 서울시 발레단의 티셔츠가 좋다는 입소문은 들었었는데, 드디어 오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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