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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하는 나무늘보 Apr 14. 2023

양보하면서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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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친구, 만만한 친구 (brunch.co.kr)


솔직해지기


선생님: 안녕 잘 지냈니?

: 네, 요즘은 등교하는 게 이전만큼 스트레스이지 않아요.

선생: 다행이다. 저번에 현우와 용진이에게 말해봤니?

나: 네, 혼자 끙끙 앓는데 지쳐서 한번 속마음을 꺼내봤어요.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솔직하게 말해보고, 좋은 것은 확실하게 표현하고요.

선생: 인간관계에서 솔직해지는 것이 간단해 보이지만 정말 어려워. 혹시 힘들지는 않았니?

: 힘들다기보단 무서웠어요. 제가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제가 진짜 예민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잘 못 전달되면 이걸로 또 놀림받을지도 모르고요. 말할까 말까 수십 번은 고민했어요. 어떻게 시작을 할지부터 어떤 반응을 보일지까지. 그런데 생각만 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아 눈 딱 감고 부딪혀봤어요. 말하고 보니 힘들었네요.

선생님: 솔직하게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전보다 성장한 거야. 그것만으로도 자신에게 칭찬해 줬으면 좋겠어. d어른들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정말 많단다. 이렇게 말하는 선생님조차도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아.   

나: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말하기 힘들어 돌려서 말했어요. 친구에게 태도를 주의하거나 고쳐달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괜히 가르치려 드는 것 같고. 과연 저한테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헷갈렸어요. 그런데 돌려 말하니, 제 뜻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어요. 당연한 게 걔네가 독심술사도 아니고 분명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잖아요. 제가 너무 쉽게 해결하려고 한 거죠. 그걸 깨닫고 솔직하게 말하기로 다짐했어요.

선생님: 그런 성숙한 생각을 해낸 모습이 멋있네. 이번 일은 네게도 큰 교훈을 주는 것 같아. 민호 말대로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지.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니?

나: 친구들은 제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 몰랐다며 사과했어요. 그리고 제 의도를 몰라줘서 미안하고 고맙다고도 했어요. 자리를 피하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 말하는 게 느껴졌어요. 대답을 들었을 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걱정한 바와 달리 언성이 높아지고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안도감을 느낀 거죠. 그런데 하굣길에 생각해 보니, 제가 느낀 고통과 고민한 시간은 길었는데 말 한마디로 끝내니 뭔가 허무했어요. 약간 불공평하다고 해야 할까요?

선생님: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하지만 현우와 용진이가 진심으로 잘못을 사과했고 앞으로도 행동에 주의해 준다면 괜찮아질 것 같니?

나: 그러면 제가 존중받는 기분이 들어 나아질 것 같아요.

선생님: 다행이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마음을 안고 살아가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안 좋아. 머릿속이 온통 부정적 감정으로 차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이 들어갈 틈이 없거든. 그래서 사실 용서는 친구가 아닌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야. 친구들 행동이 나아지면, 마음속으로 용서하고 처음 기대했던 대로 셋이 친하게 지내.

나: 감사합니다.


나는 할 만큼 했다.


나: 그런데 만약 용기 내서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제 말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했다면, 어떻게 해야 했나요?

선생님: 그렇다면 친구와 조금 거리 두는 것도 방법이야. 네가 서운하고 불편한 점을 말한다고 항상 상대방이 들어주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건 상대방이 잘 못된 거지 우리 방법이 잘 못된 것이 아니야. 네가 솔직한 마음을 말했다면 그건 관계에 있어 충분히 노력한 거야. 이후 관계는 상대방이 결정하는 거야. 무시한다면 너도 과감히 보내줘.

나: 그렇게 관계를 끝내버려도 괜찮아요? 너무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이 세상에는 모든 사람과 잘 맞는 사람은 없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아무리 악의가 없어도 그냥 잘 안 맞을 수가 있는 거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만약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계속 타인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말이야. 우리는 잘 맞는 사람들,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보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 어느 정도 노력해 보고 잘 맞지 않으면, 관계의 끈을 놓아도 된다는 거야. 하지만 네 마음이 불편하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돼. 언제나 선택은 네가 하는 거야.

나: 저도 그런 생각 든 적 있어요. 제가 양아치, 일진 같은 애들을 안 좋아하는데, 학교나 학원을 같이 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이야기하거나 같이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오잖아요. 그럴 시간에 차라리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과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사람들은 모두 각자 살아온 배경이 달라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패션 스타일, 성격 등 모든 것이 제 각각이야. 10명의 사람이 모이면 확률적으로 그중 일곱 명은 너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고, 두 명은 별 이유 없이 널 좋아하고, 한 명은 널 싫어해. 누군가 날 좋아해 주는 건 좋지만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억울할 거야. 하지만 이 세상이 그래.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은 놓아줘도 돼.

나: 맞아요.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 저도 매년 그런 친구가 한 명쯤은 있어요. 반대로 그냥 처음부터 좋았던 친구도 있고요. 첫인상부터 호감이었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잘 통했어요. 지금은 비록 반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긴 했지만요. 그런데요, 잘 맞지 않아도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서로 어울리며 살아가라고 하셨잖아요.

선생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만약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계속 타인에게 맞춰주고 있다는 말이야. 점심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먹고 싶다고 하고, 피곤해서 같이 놀기 귀찮아도 놀고 싶다고 하는 거지. 모든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도 어울리며 살아갈 사람은 충분해.

나: 저도 그런 경험 많아요. 저번 달에 일어난 일이에요. 저는 마블(MARVEL) 영화에 관심이 없는데, 친구들이 보자 해서 같이 봤어요. 사실 제가 좋아하는 감독의 SF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그냥 제가 양보했어요. 티는 안 냈지만 그때도 나름 스트레스받은 것 같아요.

선생님: 속상했겠다. 그래도 양보를 해준 마음씨가 따뜻하네. 선생님이 해주고 싶은 말은 양보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야.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늘 양보만 하며 사는 삶이야.

나: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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