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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하는 나무늘보 Jan 22. 2024

지난 나의 군생활

D-99

 군생활이 안 끝날 것 같았는데 어느덧 100일 밖에 안 남았다. 목요일에 휴가 복귀했는데 첫날은 군대 사람들을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다. 어느정도 였나면! 6개월만에 만난 부모님보다 2주만에 본 동기와 후임들이 더 반가웠다. 부모님이 들으면 정말 서운해 하시겠지?하하..  내가 정을 너무 많이 줬나보다.


지난 450일을 되돌아 보며


 누구나 자기 군생활이 제일 힘들었겠지만 내 군생활도 정말 쉽지 않았다. 일도 힘들고, 군번도 꼬였기 때문이다. 매일 07시 40분부터 시작되는 예비군 훈련, 재난 대민지원(제설, 호우 피해 등), 잼버리 지원, 혹한기, 유격, 호국, 주2 회 야간근무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배운 것도 정말 많고,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군스라이팅 당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군대 오길 잘한 것 같다!


허드렛일의 필요성

 입대 전 나는 일반 아르바이트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것은 효율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ENTJ로서 효율이 최우선..) 나는 과외밖에 안 해봤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일머리가 부족함을 느꼈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후임은 만능이다. 예초, 페인트칠, 그라인더로 녹 제거, 창고 정리 등 모든 작업을 최고의 효율로 해낸다. 이 친구는 고작 21살인데 고깃집, 공사장, 식당, 파킹, 수영장, 보트 운전, 스키장,  심지어 에어컨 설치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켜도 잘해낸다. 역시 이 세상에 필요 없는 경험은 없음을 느꼈다. 부끄럽지만 나도 이제 전역하면 학교에서 창고 정리, 드릴질, 전자제품 설치 등 각종 잡일을 이전보다 잘 할 자신이 생겼다. 더 먼 미래에는 가정도 꾸려야 하는데 다 필요한 경험이지 않을까?


휴가

 나는 휴가에 정말 목숨을 걸었다. 아마 우리 중대에 나보다 많은 인원은 없을거다. 중대 대표병사, 분대장, 또래상담병, 우수 조교, 모범 장병 등 각종 포상에 상점과 종교까지 정말 열심히 했다. 전역하고 보면 휴가 60일이든 70일이든 똑같겠지만, 여기서는 정말 큰 차이다. 많이 모으면 뭔가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복무 중에 잠깐잠깐 나간다는 게 큰 힐링이다.

 지금도 대표병사에 분대장이라 남들보다 더 성실히 살아야 하지만 불만은 없다. 내가 살면서 성인 40명을 통솔해볼 경험이 또 언제 있겠는가. 휴가를 떠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지낸다. 어려운 건 없다. 귀찮고 피곤해도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고 나도 성장하니 1석 2조이다.


재임용 + 계획

 나는 여기서 임용고시를 다시 봤다. 다시 돌아가면 안할 것 같다. 육군에서 개인정비와 연등시간으로 공부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수면시간 부족으로 건강도 나빠지고 허리도 안 좋아진 것 같다;; 그래도 끝까지 해냈고 2차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꼭 합격하면 좋겠다. 여기서 병사들은 다 나를 응원해줬지만 몇몇 간부님들은 조금 무시하는 것 같았다.. 군대에서 공부해봤자 어차피 떨어진다는 느낌으로.. 합격해서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다!

 나는 이번에 경기도로 옮기고자 다시 보았고, 합격한다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경인교대 대학원에 AI교육이나 에듀테크 협동교육을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하고 싶다. 합격하면 바로 여름부터 대학원도 가고 교육분야에서 대외 활동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연구활동 위주로) 수도권으로 가서 교육 전문성울 갖춘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

 입대하고 욕심이 너무 많아졌다. 이제 임용도 끝나고 병장인데 쉴틈이 없다. 100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곰도 100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면 사람이 되는데, 사람이 100일동안 노력하면 얼마나 변할 수 있을까.

운동

 군인이 운동을 해야지! 지금까지 너무 공부만 했다. 이제는 다시 운동을 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이걸 1순위로 둬야겠다. 전역했는데 몸이 더 안 좋아지면 쪽팔리니까...무산소말고 유산소도 해야하는데..최근 코로나+독감 걸리고 나서 폐활량이 안 좋아졌다. 이전처럼 뜀걸음을 못하겠어서 슬프다


발음 교정

나는 말할 때 발음이 뭉개진다. 이전부터 콤플렉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달에 도서관에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이 들어왔다. 타이밍이 너무 좋은게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발음이 뚜렷하고 말에 강세를 적절히 섞은 사람을 보면 신뢰감과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도 노력해서 그렇게 되고 싶다.  


독서

 정말 신기하게 입대하기 전에 책을 쳐다도 안보다가 여기와서 많이 읽었다. 한동안은 공부로 못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겠다.

 '인스타 브레인',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 '돈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

최소한 4권은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고 집에 가야겠다.


글씨 교정

나는 나름 평범한 수준이라 생각하지만 아빠는 아닌가보다. 볼때마다 글씨 교정 이야기를 해서 이제는 미루지 않고 해야겠다. 당장 책부터 사려고 했으나, 막연히 정자를 따라 쓰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글씨체를 찾아 연습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인스타에서 글씨체 포스팅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따라 써봐야겠다.


고작 100일 밖에 안남았는데, 할 게 너무 많다. 사실 분대장+대표병사만해도 정신 없는데.. 그래도 목표가 있으면 더 열심히 살겠지. 가장 좋아하는 주무관님이 매번 말씀하신다. "지금 사는 게 편하다면 인생의 내리막길이고, 힘들다면 오르막길에 있다" 등산은 하면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뿌듯하듯, 나는 앞으로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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