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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서 3회독했는데도 머리가 하얘진다면?

by 손민규 변리사

회독에 대한 치명적인 착각



"세 번이나 읽었는데, 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걸까?"


기본서를 3회독, 어떤 분은 5회독까지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보면 어떤가요? "이거... 처음 보는 건가?" 싶은 순간이 찾아옵니다. 분명히 읽었던 내용인데, 머릿속은 하얗기만 하죠.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을 자책합니다. "내 머리가 이렇게 나쁜가?",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당신의 머리가 나쁜 게 아닙니다. 단지 회독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계신 것뿐입니다.


회독에 대한 가장 큰 착각: "3번 읽으면 암기되겠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3번 읽으면 기억에 남겠지"

"5번 읽으면 암기가 되겠지"

"이번 회독에서는 훨씬 빨리 끝나겠지"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다섯 번 읽어도, 일곱 번 읽어도, 심지어 열 번을 읽어도 까먹습니다.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과거에 고시 공부를 한 달 정도 했을 때, 세 번, 네 번 읽어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고 처음 보는 내용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회독에 돌입했을 때 나름대로 "이제 이 내용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 아닐까?"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생소한 느낌까지 들었던 것이죠.


그때 저는 "내가 머리가 정말 나쁘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합니다. 3번, 4번 보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우리 머리는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공부의 시작입니다.

우리 머리는 밑 빠진 독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에다가 계속해서 충분한 양의 물을 부어줘야 합니다.

1회독이 끝나면 다시 리셋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한 2~3회독 때부터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합니다.


회독수별로 어떻게 달라질까?

1회독: 물권법에서 소유권 취득시효는 단순히 "20년"이라는 것을 숙지

2~3회독: 점유의 개시점이나 선의·악의에 따른 시효기간의 차이를 이해하게 됨

4회독: "아, 전에 봤던 내용이구나" 정도의 생각이 듦 (단, 이건 "한번 봤다" 싶은 정도지, 완벽하게 숙지했다는 뜻이 아님)



2회독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무리하지 마세요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2회독이라고 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무리하지 마세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그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시되, 안 되면 과감하게 넘어가시는 것이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회독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1회독을 했으니까 2회독, 3회독 때는 시간이 훨씬 더 적게 걸리겠지" 생각하시는데, 제 경험상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왜 회독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세 번째 회독을 하는 중에도 "이런 내용이 있었나? 처음 보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고, 회독 수가 늘어나면서 이전에는 그냥 넘어갔던 부분들을 이해해줘야 되기 때문에 회독 시간이 추가적으로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노무사 시험에서 사회보험법 같은 경우, 산재보험법의 업무상 재해 인정 요건만 하더라도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중 재해까지 무수히 많은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처음 회독할 때는 "업무와 관련된 재해구나"라고 이해했다가, 회독수가 늘어나면서 각각의 구체적인 인정요건이나 판단기준까지 눈에 들어오게 되고, 그 내용까지 암기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래서 회독시간이 줄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능동적 회독이 답입니다: 눈으로만 읽지 마세요


최근 제 채널에 기본서와 관련된 영상들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 첫 번째 영상의 핵심 내용은 이것이었습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기본서를 보면서 최대한 내 뇌를 이용하면서 능동적으로 하나하나를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회독의 핵심입니다.


밑줄 긋기 방법을 체계화하세요


두 번째로 말씀드렸던 내용은 밑줄 긋는 방법을 체계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해도와 중요도에 따라서 차등을 두어 단계별로 밑줄을 그었습니다.

이렇게 밑줄을 긋는다면 다음 회독 때 내가 어떤 부분에 더 집중해야 할지가 바로 보이게 되고, 기본서 자체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한 기준을 통해서 새롭게 재편되는 것입니다.



자주, 많이, 반복하세요 - 빈도수가 핵심입니다


저는 이해하려고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주 반복해서 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3시간을 쓰는 것보다, 30분씩 6번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기본서 회독과 문제풀이를 반드시 병행하세요


1~2회독 정도 끝나면 기출문제를 풀어보세요.

가장 적절한 타이밍은 기본강의 완강한 직후입니다. 그때 기출문제를 풀면 엄청 많이 틀리겠죠. 거의 다 모르는 부분이겠죠. 정상입니다.


그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아, 내가 기본강의 때 들었던 이런 개념들이 이런 식으로 출제되는 것이구나"

"이 개념이 문제에서 이렇게 응용되는구나"


내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문제를 풀어보면 정말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구별됩니다.


그 구별이 된 이후에 내가 모르는 것을 정확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줘야만 내 점수가 오르고 실력이 오르는 것입니다.


오늘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까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까먹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까먹더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한테 "회독수 몇 회독해야 되냐"고 많이 물어보시지만, 회독수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회독을 30번 한 사람보다 회독을 제대로 된 방법으로 5번에서 10번 한 사람이 점수가 훨씬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회독이란?

다시 말씀드리지만, 회독의 질을 높이려면 능동적으로 읽으셔야 됩니다.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전 내용과 연결해보려고 하고

문제로 어떻게 출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회독입니다.


반드시 피해야 할 3가지


1. 회독 중독

회독만 계속하고 문제풀이는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독은 아웃풋을 위한 준비 단계일 뿐입니다. 결국엔 문제를 풀어야 점수가 오르기 때문에 문제를 푸셔야 됩니다.

회독이 편하기 때문에, 문제풀이만큼 뇌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본능적으로 회독하는 것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2. 완벽주의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고 외우려고 하지 마세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입니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입니다.

회독이라는 것은 점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점을 반드시 이해해 주셔야 됩니다.


3. 수동적 회독

그냥 눈으로만 하는 건 절대로 안 됩니다.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면서 읽어주셔야 됩니다.


목차 활용법: 전체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우세요


기본서를 회독하면서 간간히 목차를 파악해주면 아주 좋습니다.

목차는 과목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목차를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절대로 외울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그 목차를 차근차근 보면서:

"아, 이런 내용들이 있구나"

"이 과목은 이런 흐름대로 전개되고 있구나"

라는 식으로 과목의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해보시고, 그 과목을 전체적으로 개괄해보는 작업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회독을 계속하면 할수록 목차를 보는 횟수가 많아질 텐데요, 목차를 볼 때마다 시야가 좀 넓어지고, 내 머릿속에 엉켜있던 내용들이 정리되는 경험을 하실 수가 있을 겁니다.



정리하며: 회독의 방법을 바꾸세요


회독, 중요합니다. 하지만 회독의 방법을 바꾸셔야 합니다.

눈으로만 읽는 수동적 회독에서 벗어나서

뇌를 적극적으로 가동하는 능동적 회독으로 바꾸셔야 됩니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을 버리세요.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실력을 쌓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분명히 회독의 효과를 체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 이 과목 이제 내가 정복을 했구나. 충분히 내가 합격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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