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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반 홍교사 Nov 19. 2024

심플 라이프

-미적 감각 없는 사람

나는 인테리어에 1도 감각이 없다.


일단 어릴때 나는 내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결혼한 순간까지 친언니와 방을 같이 썼다. 우리 언니도 아기자기 이쁜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둘다 그런 것에 별 관심이 없어서 엄마가 책상을 넣어주면 그대로, 이불을 넣어주면 그대로 싫다는 말없이 사용했다.

모든 물건은 그 쓰임새만 맞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예쁘게 장식하고 꾸미는 추가 기능없이 그냥 본래 기능대로만 사용하였다. 우리 엄마는 뭐든 주는 대로 먹고, 주는 대로 입고, 주는 대로 적응하여 사용하는 자녀들이어서 편하셨을라나...


근데 문제는 그래서 결혼하고 내 집을 꾸며야 하는데 인테리어에 대한 감각도 없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심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선호하는 색깔도, 모양도 특별히 뭐가 좋은지 모르겠고 말이다.


"이건 어떠세요?"

"음... 그것도 괜찮은것 같고.."


결정장애의 끝판왕을 달리며 우리집은 그저 가장 심플하기 이를데 없는 신혼집이었다. 있어야 될것만 가진 공간. 이런 미니멀 라이프가 없었다.


첫째아이를 낳고 돌이 되기전에 시부모님이 계신 곳 가까이로 이사를 왔다. 이곳이라고 다를게 없었다. 보기에 깨끗해보이면 그냥 사용하고 아기가 어린데 굳이 오래 수리를 하고싶지 않아서 최소한의 수리만 해서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집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늘어가면서 거기에 맞게 필요한 물품들로 채워져 갔다.


벽에 뭔가 붙이는걸 싫어했던 남편도 아이들 작품을 그냥 여기저기 개의치 않고 턱턱 붙여놓는 나 때문에 이젠 별말을 하지 않는다. 포기한 것 같기도 하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참 센스있고 멋진 인테리어와 깔끔한 살림을 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야, 저런 집에서 사는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니, 아이까지 안가고 내가 거기 살고 싶기도 하다. ㅎㅎ


선호도가 분명하지 않다는 건 내가 뭐든 순응하는데 익숙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건 이래서 괜찮고, 저건 저래서 괜찮고.'


가끔은 똑부러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근데 그건 글렀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자족'함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다지 욕심이 없고 질투가 많지도 않고 그저 내가 가진것에 자족하고 감사한다.


낡은 집이지만 나는 우리집이 참 좋다. 인테리어가 이뻐서가 아니라, 추운겨울에 집에 들어오면 따듯한 집이라 좋다(반대로 여름은 좀덥지만). 집 바로 앞에 공원이 있어 사계절을 너무 잘 느낄수 있으니 그게 참 감사하다. 저질체력인 나이기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걷고 자연을 느낄수 있는 곳이 가까이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능력있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지만 내가 해줄수 있는게 참 많이 다.

뭔가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그래야 될것 같아서 조급하고, 정보력없는 엄마라서 때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저 기본에 충실한 엄마로 남고 싶다.


그외에는 아이들이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여백으로 남겨두고 우리 아이들답게 자랄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응원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 또 저녁 준비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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