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우리 아이들은 가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엄마인 나에게 묻곤 한다.
"엄마, 나 뭐해?"
"엄마가 알려줘."
"너희 일인데 너희가 하고 싶은 거 해."
자신이 어떤 걸 해야 할지 고민이 되어 물어보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답을 알려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고 나서 더욱이 나의 행동이나 할 일들에 대한 선택을 하면, 그 책임을 온전히 내가 져야 했다. 누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일. 그래서 신중해질 수 밖에 없고, 그 책임의 무게가 컸다.
취업을 할 지, 공부를 할 지. 이 사람과 결혼을 할지 말지, 아직 어린 아이들의 앞길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건 부모인 나의 몫이었다.
온전히 나에게 맡겨주신 아이들의 일은 더욱 그 마음의 무게가 컸다.
'내가 잘못 선택해서 아이가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지?'
'혹시 내 선택으로 아이가 나중에 나를 원망하면 어떻게 하지?'
그런 마음들이 들때마다 더더욱 깊이 고민이 되고 선택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정해져 있다면 조금 나을까.
세상에 정해진 한가지 답이 없기에 그저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시간에 가장 현명하고 나은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이다.
둘째가 컨디션이 안좋다고 해서 유치원을 이틀 쉬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난 둘째가 "엄마 나 오늘 유치원 가?"하길래, "오늘 몸은 어때?"했다.
"힘들어"한다. "음..오늘은 가자. 이틀이나 쉬었으니까." 그랬더니 대뜸 이런다.
"엄마~ 이틀이라고 하면 너무 많이 쉰 거 같으니까 2일이라고 해줘."
"그래, 2일 쉬었으니까 오늘은 가자."
그리고는 "엄마는 지금 에너지 몇이야?' 엄마 컨디션을 묻는다. 왜냐하면 어제 일 때문이다.
어제 아이들 저녁 먹이고 났더니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는거다. 분명 영양제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박카스도 하나 마셨는데..왜이러지..? 몸이 꺼질 것처럼 너무 힘들고 몸이 힘드니 말이 곱게 안나간다.
"엄마, 나 우유~" 둘째가 저녁밥을 먹고는 바로 우유를 달라고 한다. 저녁만 정리하고 누우려고 했는데, 다시 미션을 주는 둘째에게 "네가 따라서 마셔. 엄마 지금은 에너지가 없어서 줄 수가 없으니까."하고 말하고 들어왔다.
그게 못내 섭섭했던 모양이다. 아빠가 오고, 형아가 작은 방으로 들어간 사이 평소같으면 엄마쪽으로 쪼르르 오는 둘째인데, 왠일인지 식탁 앞 매트에 누워서 혼자 논다. '가만있자' 둘째가 속상했나? 싶어서 말을 건다.
"둘째야~ 왜 거기 있어?"
"그냥"
"이리와~ 엄마 옆으로 와"
머뭇머뭇 하더니 옆으로 온다.
몸을 일으킬 힘이 없어서 누워서 둘째를 꼬옥 안았다.
"혹시 엄마가 우유 네가 따라 먹으라고 해서 속상했어?"
"아니." 하더니, 팔로 눈을 쓱쓱 닦는다.
ㅎㅎ귀엽다. 거짓말 못하는 너.
"둘째야, 엄마가 에너지가 1밖에 안남아가지고 도저히 우유를 따라 줄 수가 없었어. 엄마가 조금만 누워있다가 에너지가 올라가면 우유 따라줄게. 미안해."
어느새 마음이 풀렸는지 엄마 앞에서 장난을 치고, 이거보라고 이것저것 막 보여준다.
엄마가 좀 힘이 세면 좋겠다. 엄마가 무적이면 좋겠다. 에너자이저라서 에너지가 떨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그래도 엄마가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에너지가 10이든, 1이든. 언제나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