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날에는(레이첼 우드워스 그림책)'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by 행복반 홍교사

아이들이 등교하고 나면, 남은 오전 시간은 거의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는데 사용한다. 물론 한없이 몸이 무거워지는 날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야할 일들이 쌓여 있으니 중요한 것부터, 급한 것부터 처리한다.


일단, 반납해야 하는 책들을 가방에 넣고 둘째 등교할 때 들고 나간다. 엄청 무거워서 안 들고 가볍게 몸만 나가고 싶은 유혹이 찾아오지만, 둘째를 데려다 주고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가는 건 더 힘들기에 나갈 일이 있을 때 한번에 다녀오는 걸 선택한다.


정말 더운 날이 아니라면, 이렇게 걷고 돌아오는 것이 운동도 되고 나름 기분전환도 된다. 다시 도서관에서 대여할 책을 반납한 책 만큼 들고 오는 게 힘들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 길에 은행 업무도 보고, 아이들 학교 다녀오면 먹을 걸 사고, 내 커피도 한 잔 사가지고 들어온다.


이제 집에 들어오면 청소와 집정리를 해야 한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유튜브를 보며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거늘, 그렇게 보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자자, 이제 움직이자. 정신차려!' 하며 혼잣말로 나에게 말해준다. 청소기도 돌리고, 집 정리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쓰레기도 가져다 버리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나면 금방 둘째 하교 시간이 된다.


오늘은 첫째 안과 검진도 있는 날이라, 둘째 하교하고 나면 오후는 정말 정신없이 지나갈 것을 알기에, 나를 위한 시간이 한 개도 없을 것을 알기에 뭐라도 적으며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가끔 나는 뭘 위해 사나..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냥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나도 정신없이 잠들어 버리기 일쑤이니, 하루하루 그저 이렇게 흘러가 버리는 것이 참 허무하고 속상할 때가 있다.

이 와중에 소소한 행복을 찾지 않으면 영락없이 내 삶에서 나는 없고, 빈 껍데기만 남을 터다.


노트북을 켜고 앉았는데 그림책 하나가 보인다.

'떠나고 싶은 날에는(레이첵 우드워스)'이라는 책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려 보아요.내가 거인만큼 커지만 어떤 모습일지...커다랗게 솟은 나무들도 나보다 자그맣고, 조그마할 거예요....
그러면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도 단숨에 오를 수 있을 거예요.높은 산을 단숨에 오를 만큼 커지면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밀린 숙제하기랑 지저분한 방 치우기, 구석에 몰래 숨겨 둔 삶은 당근 먹기도요.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해 보는 것.

잠깐의 시간이지만,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내가 하찮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조차도 나는 굉장한 일들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들과의 오후의 시간들도 즐겁게, 소소한 행복을 찾으면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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