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기침이 심해서 대학병원 소아과를 다녀왔다. 동네 병원에서 기침약을 지어먹어도 차도가 없고 계속 기침을 하는 데다, 갈수록 더 힘들게 기침을 하는 둘째를 보며 아무래도 큰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혹시라도 단순 기침감기가 아닐까 봐 걱정이 많이 되었다.
워낙에 씩씩한 우리 둘째.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 별로 없이 잘 자라 주었는데, 유치원 들어가면서부터 부쩍 피곤해하고 힘들다고 하는 아이를 보며, 내가 잘 챙겨주지 못한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 미안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정말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과 같다.
비교와 높은 기준만 내려놓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반짝인다.
아이들이 아프면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만 하게 해 달라고, 그 외의 것은 바라지 않겠노라고 기도한다. 그래 놓고는 또 시간이 지나면 슬슬 이것저것 엄마의 욕심이 발현된다.
나는 사실 그리 욕심이 많은 엄마는 아니다. 하지만 잘 까먹는 엄마는 맞다.
존재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그렇게 생각해 놓고는, 또다시 무언갈 내가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또 이렇게 병원을 데리고 가 보면 내 마음이 낮아지고 겸손해진다.
병원에는 너무나 아픈 아이들이 많고, 또 그 사실 가운데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똑똑하고 스마트한 아이보다도, 그저 아이가 건강해서 엄마랑 같이 찐빵에 우유 한 잔 시원하게 마시게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하게 된다.
우리의 삶이 참 단순하지 않다. 내가 내 삶을 책임지는 주체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고, 그 가운데 어른이랍시고 나는 뽐내고 서 있지만 사실 속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이들과 무엇이 다를까.
그냥 '척' 하는 연기를 조금 더 잘할 뿐인 것 같다. 하지만 척하더라도 내 마음이 조금 더 채워지면 좋겠다. 조금씩 마음이 성숙하다 보면 그 '척'이 연기가 아니라, '자신 있는 것'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삶에 정답은 없다.
우리 아이들의 삶을 내가 주도하려고 하기보다는, 내 삶을 내가 잘 꾸려 나가 보아야겠다.
적어도 내 삶에서 만큼은 '연기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게 내 삶을 잘 살아내는 내가 되고 싶다.
둘째는 기침약을 바꿔서 먹은 지 이틀째다.
유치원에서는 기침을 안 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반짝반짝 빛이 났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