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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소녀 Nov 20. 2024

아기벌레고양이의 단골스팟 관찰일지



"아이코~ 이제 잘도 걷네!"
 
태어난 지 17개월 된 아기벌레고양이가 언제 넘어졌냐는 듯 성큼성큼 거실을 활보하고 다녔다.
그녀만의 유행어 '우쥬~'를 외치면서.

아기벌레고양이의 단골스팟들이 있는데,
첫 번째는 김치냉장고 앞이다.
동그란 원 안에 손가락을 대고 3초 있으면 불빛과 함께 '띠링띠링'하는 소리가 난다.

역시가 이곳을 지나면서 그 쪼끄맣고 통통한 얼굴을 들어 올려다보면서 아직은 닿지 않아 고사리 같은 검지손가락으로 올려달라고 '우쥬' 거린다.

"오! 우쥬~ 우쥬~ 야옹~"
"우리 아가~ 그래! 이거하고 싶었어?"

고양이엄마(아기벌레고양이에게는 고양이할무니겠다),
쿵푸팬더 오빠(아기벌레고양이에게는 쿵푸팬더 아부지이겠다)를 쏙 빼닮은 아기벌레 고양이는 고양이할무니 품에 안겨 자신의 소원을 성취한다.

두 번째 단골스팟은 바로 텔레비전 앞이다.
텔레비전 앞에는 전기로 들어오는 시계가 있는데, 위에 버튼을 누르면 빨간 숫자가 바뀐다.

"오! 야옹!"

이번에는 '우쥬'라고 하지 않는다. 도움이 없어도 검지손가락에 힘만 있으면 할 수 있으니.
다만 '오!'라는 감탄사는 잊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기억 속에 재밌고 신기한 장난감 중에 하나로 기억돼서 친근함의 표시 같았다.

버튼을 '딸깍딸깍' 누르는데 눈빛과 손가락의 누르는 정도가 진지해 보였다.

세 번째 단골스팟은 소파에 있는 리모컨이다.
리모컨에 불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여기서의 반응이 제일 재미있다.

"오! 오! 오! 야아아옹!"

한번 누르고 감탄사, 또 한 번 누르고 감탄사~
반복.

영상도 찍어놨는데 정말 귀엽다.
원래 아기들은 불빛을 좋아하는 걸까?
나중에 이 아기벌레 고양이가 어른이 돼서 보여주면 어떤 반응을 나올까?
궁금하다.

네 번째 단골 스팟은 현관문이다.
외향적이고 활발함을 갖추고 태어났는지 현관문을 어떻게 알아보고 자꾸 나가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어른들이 모른 척하고 가만히 있으면 직접 아장아장 걸어가서
그 신발들 속에서 자기 아빠, 엄마 신발을 어떻게 알고 자기 키의 반 만한 신발을 집어서 내민다.

"우쥬~~"

하지만 먹히지 않으면 냅다 던져버린다.
이럴 때 왜 고양이엄마가 떠오를까~ 희한하다~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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