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빈의 이야기]
처음부터 가상회사는 아니었다. 시작은 커뮤니티였다. 지금 돌아보니 어쩌면 조금 ‘낚였다’란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다.
가상회사에서 대표 역할을 맡은 선빈과 나는 오래된 친구(선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다.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가치관을 나눌 수 있고 언제 보든 반가운 사이라면 친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5년 전 청년센터(이하 센터) 매니저와 참여자 사이로 처음 만났다. 선빈은 센터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천안시청년기자단(이하 청년기자단) 1기의 담당자였고, 나는 빈집 털기식으로 입성한 운 좋은 참여자였다.
청년기자단 활동은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다. 바로 선빈 덕에. 생계형 고립 청년이던 내게 함께 하는 즐거움과 여러 활동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선빈은 커뮤니티에 진심이다. 아니, 진심을 넘어 미쳐있다고도 할 수 있다. 선빈과 한 번이라도 커뮤니티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이라면 그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선빈은 항상 “나만의 것을 가진 청년 100명을 모아 네트워킹을 하고 싶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선빈에게 청년기자단 역시 일종의 커뮤니티였고, 그가 보여 주는 애정과 활력에 매료되곤 했다.
선빈은 지난 5년간 센터와 개인적인 모임을 포함해 스무 개가 넘는 모임을 헌신적으로 운영해 왔다. 그러던 그가 작년 겨울, 돌연 퇴사를 선언했다. 선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매년 퇴사하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양치기 소녀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퇴사가 쉽지는 않았지만 2024년부터 제가 운영하던 커뮤니티 브랜드의 방향성이 잡혀서 나올 수 있게 됐어요.
저는 청년센터에서 천직을 만났다고 생각했고, 그곳에서 정말 많은 분께 사랑받았어요. 그래서 모임도 많이 만들고, 같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기획했죠.”
한창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엔, 선빈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걸 하든 참여율이 높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다들 일상과 경제활동으로 돌아가며 상황이 달라졌다.
“참여자들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부터 이 친구들에게 다회용품이 아닌 일회용품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깨달았죠. 지속성을 위해선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 그리고 수익화가 필요하단 사실을요.
그러려면 개별화가 필요한데 공공기관은 딱 그 반대 개념인 거예요. 개별이 아닌 전체성이 부여되니까요.
공동과 개인을 연결하는 민간 구조의 필요성을 느꼈고 창업을 해봐야겠다 싶었죠.”
그러니까 더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한 그때, 선빈이 운영하는 Netty의 나성장계발모임을 들었다.
Netty는 Network&Community의 약자로 사람과 경험을 연결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며 함께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커뮤니티 브랜드다.
해당 모임을 통해 나를 알아갔다. 하고자 하면 꾸준히 잘하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복치 같은 성향임에 절망했다. 동시에 진짜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도 알아갔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꾸준히 글을 쓰는 것. 선빈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를 넘어 훗날 가상회사로 탈바꿈할 프로젝트를 꾸려가는 동료로 나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