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박영감 May 08. 2024

청년이 아니라는 자각

2024년 05월 첫째 주

100세 시대


    언제부턴가 '청년지원사업'이라고 홍보하는 정책자료를 보고 있으면 살짝 부하가 치민다. 당연히 포함될 줄 알고 내용을 살펴보다 보면, 대상이 적게는 만 34세까지, 많게는 39세까지로 제한된다. 출생신고가 잘못됐다고 우겨보려고 해도 만 44세는 좀 무리수가 있다. 출생신고를 늦게 했으니 벌금을 내라고 하면 더 큰일이다. 어릴 때 시내버스에서 소아요금 내려고 9살에게 6살인 척하라고 시키던 엄마 생각도 난다.


    어허! 이제 청년이 아니다. 음... 그럼 중장년층이 된 건가? 정치권에서는 '청년'을 접두어처럼 써서 내건 공약과 정책들만 쏟아진다. 괜히 질투 나서 '아니 고령화사회에서 청년들만 국민인가?'라고 못난이처럼 시비를 걸고 싶어 진다. 물론 큰소리로는 못한다. 아주 작고 소심하게 마음의 소리를 낼 뿐이다. '음... 청년이 아니면? 그렇다고 노년도 아니고... 아~ 중장년층이구나!' 슬슬 현재 포지션을 자각한다.


    아휴 듣는 중장년층 기분 나쁘게 서글프다. 철없이 뭔가 하고 싶어도 나라에서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어서 구상만 하고 있다는 허울 좋은 핑계도 대본다. 과거에는 '인생은 60부터'라는 말로 늙은 청년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고, 요즘은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청년입니다'라는 말로 '으쌰으쌰'를 해주기도 한다. 동시에 그걸 믿고 꿈에 뛰어들었다가 빚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도 보여준다. '어쩌라는 거야?' 가만히 있는 게 최고다.


한 번 실수하면 쫑나는 세상


    말만 들어도 무섭다. 빚!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빚을 내지 않으면...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인 건가? 정말 꼼짝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인 건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차라리 파산해서 버티면 나라에서 구제해 준다는 그릇된 인식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패를 해도 4회전 점프를 시도하는 선수와 시도 조차 하지 않는 선수를 똑같이 취급하면 되겠냐?'


    일본 피겨스케이트의 간판스타였던 아사다 마오 선수의 코치가 한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김연아 선수의 팬이었던 나는 '이건 무슨 궤변이냐'며 일축했었다. 음... 지금 생각해 보면, 국뽕에 좀 많이 취해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완벽하게 규정된 연기를 클리어해 낸 선수와 어설프게라도 도전적인 연기를 시도한 선수. 누가 더 가치 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다시 태어나도 스케이트를 탈 것 같다고 인터뷰했다. 나중에 김연아 선수뿐만 아니라 아사마 마오 선수의 팬을 자처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끝까지 청년이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이인자로 끝난 프로게이머, 나이 들어 범재가 된 천재, 올림픽 금메달을 못 딴 세계랭킹 1위. 


이들은 끝까지 청년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수욕정이풍부지 (樹欲靜而風不止)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