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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Jul 01. 2024

참 알다가도 모를 일...

정말 어쩌자는 거죠?

이상하게 꼬였네. 아이스크림도 아니고, 꽈배기도 아니면서...


     뉴스에서, 또 재난문자까지... 태풍급 돌풍과 함께 어마어마하게 비가 내리고 장마가 시작된다며, 있는 겁, 없는 겁 다 주더니... 저희 동네에는 바람만 조금 불고,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가 싶더니 금방 싱겁게 그쳤습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한낮에도 시원한? 아니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야외활동을 부추기는 그런 주말이었습니다. 부모님도, 저도 비 소식에 매주 가던 온천욕도 포기하고 집에만 있을 요량으로 있었는데, 안 나가고는 못 배기겠더라고요.


     그런데 아버지는 스스로 인정하진 않지만, 이제 노쇠해져서인지 주말에는 거의 주무시고... (그래도 다행입니다. 잠이 보약이라더니, 기력은 확실히 떨어졌지만 잔병치레는 없습니다) 엄마는 인터넷 맞고에 빠져서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합니다. (맞고인데~ 상대방 파산 시키는 재미로 한다네요, 참 폭력적인 언어인데, 천진난만하게 신나서 말하는 것이 무섭기도 합니다. 나가기 전에 본인 인증 문자 오면 번호나 좀 불러 달랍니다. 남 파산 시키려다 본인이 먼저 파산하고 게임머니 받으려면 본인인증이 필요하답니다. 제 개인정보가 이런데 팔리고 있었군요. ^^;;;)


     하는 수 없이 혼자 나서기로 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샴푸가 떨어져서 사러 가야 했는데... 잘 됐다고 생각하고 오랜만에 백화점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올리브 0에서는 사기 싫었습니다. 제가 좀 삐딱해질 때가 매장에서 응대가 이상할 때인데요. 집 근처 올리브 0에 샴푸를 사러 갔는데, 2.5만 원 tag를 보고 계산하러 갔는데 3만 원이라고 하길래~ '잘못 봤나?'하고 우선 계산하고 다시 가봤더니 분명히 2.5만 원인 겁니다. 매장 직원에게 여기 2.5만 원으로 붙어있다고 얘기했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tag를 바꿔버리더군요. 죄송하단 말은 안 하더라도 미안하다는 표정이라도 짓고 왔으면 이렇게 기분 상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물쩍 넘어가려는 게 괘씸해서 결제 취소하고 다시는 안 가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애 같이 소심한 것을 보니 어른 되려면 멀었습니다.


같은 말 반복하기 VS 어렵게 말하기


    백화점에 도착해서 살 것도 아니면서 1층 명품관을 한 바퀴 돕니다. 역시 명품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고민 없이 할부로 막 긁고 다녔는데... 이제는 진짜 그림의 떡입니다. 몇 달 치 생활비보다 더 비싼 가방들을 보고 있으면... '우와 저런 걸 어떻게 메고 다녔지?' 생각에 절로 머리에 꿀밤을 때리고 싶어 집니다.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며 매년 한 두 개씩 저런 걸 샀으니... 유행이 지난 건 버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 그냥 주기도 하고... 참 애송이처럼 살았습니다.


    6층 캐주얼 브랜드부터, 5층 남성 브랜드까지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물건 구경은 참 재밌습니다. 아버지가 비 올 때 보청기에 물 안 들어가게 쓰고 다닐 벙거지 모자가 필요하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가격표를 보니 보통 9만 원대입니다. 헉! 일주일치 식비랑 맞먹습니다.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모자가 8~9만 원 하더라고 하니, 깜짝 놀라며 그냥 오라고 합니다. 시장 가서 자기가 마음에 드는 거 골라서 사겠답니다. 사실 처음에 제가 시장표 사자고 했을 때, 나이 들어서는 좋은 거 쓰고 다니고 싶다고 백화점 거 사겠다고 했었는데, 막상 가격을 듣고는 손사래를 칩니다. 흐흐흐 그냥 제 샴푸만 사서 돌아오기로 했습니다.


    매장에 가보니 한 노년의 여성분이 점원이랑 말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신제품은 뭐가 나왔나? 더 좋은 다른 제품은 없나?' 살펴보고 있는데... 아... 별 말도 아닌 것 같은데. 점원을 붙들고 30분을 넘게 얘기합니다. 언제나 끝나려나 기다리다 보니 자연히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 여성분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걸 쓰기는 하는데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건 지 잘 모르겠다...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니 효과가 있는 건 지 모르겠다... 사용법이 어렵다...' 그러면 점원은 '이렇게 저렇게 사용하고, 사용하고 나서 이렇게 저렇게 관리하면, 이런저런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패턴이 몇 번 반복되고 있었죠. 참 저런 광경을 보면 저는 절대로 서비스 직종에서는 일 못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수차례 반복이 되고 나서 '일단 알겠다'로 애매모호하게 결론이 나고 점원이 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아~ 제가요.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효과는 좋은데, 향이 너무 약품 냄새 같아서..."


 "아~ 그럼, 고객님. 이걸 한 번 써보시면 어떨까요? 이 제품이 우리 매장에서 인기가 좋거든요. 특별히 지루성 두피염 같은 게 없으시면, 이 제품도 좋아요..."


 "아 저도 이거 샴푸는 아니고 컨디셔너로 써봤는데... 냄새는 확실히 낫기는 하는데... 효과는 좀 의문이더라고요..."


 "아 그러세요?"


 "제가 완전 지루성 두피라서 하루에도 두 번씩 머리를 감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원래 쓰시던 걸 쓰셔야겠네요..."


 "네... 그렇죠? 그런데 냄새가 좀... 약품 냄새가 너무 싫더라고요..."


    가만가만... 흐흐흐. 저 순간 저도 대화에 도돌이표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패턴의 대화가 몇 번 이어졌죠. 점원의 말수가 확 줄어들고,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고민고민하다가 원래 쓰던 제품을 집으면서...


 "혹시? 저 제품 샘플은 없어요?"


앗! 결국 저는 이 얘기가 하고 싶었던 겁니다.


 '샘플 없냐~'


그 말을 저렇게 어렵게 말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도 점원분이 참 친절하시지... 이제야 알겠다는 듯, 표정이 확 밝아지면서...


 "아~ 샘플은 없고, 소용량이 판매되고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고 상냥하게 대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괜히 돈 주고 사서 실패하기 싫어서 그냥 원래 쓰던 제품을 결제했습니다. 정말 어쩌자는 건지... 집 앞 올리브 0도 그렇고, 백화점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는 공짜를 원하고 있었던 거 더라고요...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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