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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Jul 04. 2024

뭔가 어설픈데, 매력이 넘쳐!

나의 BL(Boy's Love) 드라마 시청기 : 태국 편

※주의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BL드라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 가기'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Overwhelm


    태국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열대기후 나라여서 날씨도 뜨거운데, Wow! 드라마도 상당히 So Hot합니다. 사실 얘들은 뭐든지 Hot합니다. 어딘가 조금 어설퍼서 그렇지, 상당히 열정적이고 매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대학생 때만 해도 태국 하면 '관광지, 신혼여행 가는 곳, 잘 못 사는 나라'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블랙핑크'의 등장을 계기로 저의 인식이 확 바뀝니다.


    원래 '2NE1'의 팬이었던 저는, 갑작스러운 팀해체 소식에 당황할 겨를도 없이, YG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래도 의리가 있지, '2NE1을 버리고 만든 걸그룹 따위를 어떻게 좋아해? 2NE1을 다시 돌려내라!' 이게 제 생각이었죠. 그리고 팬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해 어떻게든 오해를 풀고 다시 돌아오리라는 기대도 했습니다. 멤버들도 팀해체소식을 매스컴을 통해 접했다고 했으니까요.


    저는 의도적으로 블핑을 멀리했습니다. 아직 낯설기도 하고, 신인이라서 어설퍼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살짝살짝 들리는 노래가 2NE1 아류작 같았습니다. '내 마음속 걸그룹은 '2NE1'뿐이다'라는 자존심도 지키고 싶었고요. 그런데 점점 그들을 무시할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뭐 조회수가 몇 억 뷰가 되고, 뮤직페스티벌에서 춤과 함께 믿기 힘든 라이브 실력을 뽐냈다는 둥, 미국에서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는 둥...


    그러다 제니의 '솔로' 퍼포먼스를 보고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의도적으로 멀리 했기 때문에, 제니가 블핑인 줄 몰랐습니다. 그저 대형 솔로 여자 신인가수가 혜성처럼 등장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열광했는데... 이런 알고 보니 블핑이었습니다. 뭐 이때부터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바닷가 가면 대게 그러지 않나요? 갈아입을 옷 없어서 물에 절대 안 들어갈 거라고 다짐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파도에 바짓가랑이라도 살짝 젖으면, 그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이왕 젖은 거 신나게 놀자'하고 어푸어푸 바닷속으로 돌진하는...


    이때부터는 그냥 블랙핑크 속으로 어푸어푸 돌진했습니다. 우와 신세계더군요. 그러다가 완전히 풍덩 빠져든 게 리사의 솔로곡 'LALISA'였습니다. 이건 뭐 사전공개 뮤비부터 압살이더군요. 40살 된 아저씨가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를 정도면 말 다한 거죠. 태국 BL 드라마가 이랬습니다. 낯설고 어설픈 것 같은데, 매력이 넘쳐흐르는... 그 정체가 뭘까 궁금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니... 아 이거구나! 떠오르더군요. 정체는 바로 "Fantasy"였습니다.


문화 차이


    태국의 BL드라마는 대학교가 주무대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화려한 연예계나, Young & Rich들의 상류층 모습을 보여줍니다. 태국은 아직 신분계급이 있습니다. '하이소', '로소'로 나뉘는데요. '하이소'는 'High Society'의 준 말이고, '로소'는 'Low Society'를 말합니다. 그런데 대학교는 비싼 학비 때문에 특히 '하이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고 하네요. 결국 대학생들의, 거기에 BL 스토리? 이건 '환상' 그 자체겠죠?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블핑 리사의 팬으로서 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다 보니 그래도 나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태국 BL 드라마界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였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고, 앞서 이야기한 일본, 중국과도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우선 태국에서는 BL문화가 산업화되어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기획사들이 아이돌을 키워내듯이,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산업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BL 드라마 전문 방송 채널이 있을 정도입니다. 매니지먼트 사가 BL 드라마 전문 배우를 양성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일본, 중국도 BL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극 중 커플을 내세워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하는데요. 태국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입니다. 이들은 실제 동성 커플이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여기저기 마케팅 홍보 활동에 등장해,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커플명을 지어서 같이 활동합니다. 이걸 'CP'활동이라고 하더군요. 'CP'가 뭔지 궁금해서 검색해 봐도 안 나오길래 자료 조사차 가입했던 BL 팬 카페에 알아보니, 'Couple'이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하니 'CP'라고 약자로 말한다고 하더군요. CP들은 드라마에도 항상 같이 출연합니다. 만약 다른 상대와 출연했다가는 팬덤들 사이에 싸움이 나기도 한다네요.


    그리고 이들은 SNS를 통해서 드라마 밖에서도 실제로 꽁냥꽁냥한 모습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신세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아이돌과 거의 흡사하더군요. 닮지 말아야 할 것까지도요. K-Pop 아이돌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마의 7년 징크스'라고 하죠? 계약이 끝나면 팀을 해체하거나, 해체하지 않더라도 개별 활동에 더 비중을 두는... CP들도 계약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래도 끊임없이 CP가 재생산되는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추천 드라마


    어제 중국 편 이야기하면서 말씀드렸죠? 수위가 상당히 높아서, 웬만한 항마력으로는 도전하지 마시길 추천드린다고... 그리고 대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내용이 대부분 'Flirting'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전부 남남 커플뿐입니다. 멀쩡히 여자친구를 사귀다가도, 주인공 주변인물 중 한 사람과 눈 맞아서 동성 커플이 됩니다. 워낙 판타지이다 보니, 그런 건가 싶습니다.


    그리고 태국 BL드라마에서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따위는 잘 다루지도 않습니다. 아니 도리어 '편견에 찌든 자'라며 역차별합니다. LGBTQ가 도리어 무기가 되어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몰아세웁니다. '다수의 횡포'는 '누가 다수가 되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나타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해 주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어쩌면 이미 태국에서는 동성커플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 보이프렌즈 (항마력 中) : 지금 검색하다 보니 왜 '보이프렌드'가 아니고 '... 프렌즈'인지 알겠네요. 남남 커플이니까 복수형이겠죠? 그나마 수위가 낮습니다. 키스 정도? 그런데 배우가 뽀뽀하기 싫어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ㅋㅋㅋ 넷플릭스에서 한참 전에 본 것 같은데, 처음 접한 태국 드라마인데, 그게 BL일 줄은 몰랐습니다. 링크 주소가 없네요. 이미지만 올리겠습니다.


2. 러블리라이터 (항마력 上) : BL 소설가의 작품이 드라마화되면서 출연하는 배우와 원작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작가가 주인공이라서 반가운 마음에 봤는데, 수위도 높은 편이고, 관계도 엉망진창입니다. 보신다면 각오를 좀 하고 보셔야 합니다. 역시나 링크 주소가 없어서 이미지만 올리겠습니다.


3. My School President (항마력 下) : 고등학생들 이야기입니다. 주 BL 스토리에, 부 Band 이야기입니다. 음악이 섞여있어서 부드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라서 수위도 괜찮았고요. 꿈을 좇는 그냥 젊음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노래들이 상당히 좋습니다. 꾸물꾸물한 날 상큼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곧잘 플레이합니다. 역시 이미지만 올리겠습니다. 아 노래하는 Shorts 도 같이 올려봅니다.


https://youtu.be/EEKR-vna7rY?si=WvqPDchICoQPJEkC


    태국 BL드라마들은 유튜브에서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저는 GMMTV라는 채널에서 많이 봤습니다. 여기가 그래도 좀 건전하다고 할까? 방황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름 한글 자막도 잘 되어있고, 요즘 유튜브는 자동번역도 잘해주더라고요. 참 한 가지 태국이 특이한 게 본명(Full Name)이 워나 길기 때문에 '츠렌'이라고 하는 별명을 많이 쓰는데, 이게 영어권에 흔히 쓰는 고유명사가 아니고 일반명사이다 보니까 자막이 이상하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My School President'에서도 주인공이 'Gun'인데, 자동번역에서 '총'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보이더라고요. 이 별명 문화도 태국의 특이한 점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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