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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Jul 05. 2024

알아듣는 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의 BL(Boy's Love) 드라마 시청기 : 한국 편

※주의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BL드라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 가기'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이게 그냥 막 다 들리니까...


    드디어 '나의 BL드라마 시청기' 마지막 한국 편이네요. 하하하! 사실 한국 BL 드라마는 끝까지 다 본 게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한국은 아직은 메인스트림에 있는 장르가 아니다 보니까. 확실히 제작비가 덜 들어간 티가 나더군요. 배우들의 연기도 아직은 신인티를 벗지 못한, 혹은 일부 드라마는 배우가 아니고 지망생 아니야 할 정도로 엉망이더군요. 어쩌면 내수용이 아닌 외수용이라서, 제가 일본, 중국, 태국 드라마 보듯이 이미지만 생각해서 캐스팅한 것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외국 드라마는 마치 그야말로 '삘(Feel)'이 꽂혀서, 혹은 내 멋에 취해 가수의 이미지, 멜로디의 감성, 뮤직비디오에 상상력을 더해서 들었던 예전의 '팝송' 같았다면, 한국 드라마는 가슴을 저미는, 애환이 서린, 때로는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때로는 속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가요 아니겠습니까? 사실 자막으로 보는 드라마는 대사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연기를 하죠? 그래서 자체 순화가 되는데...


    모국어 드라마는 배우의 감정, 호흡, 대사의 무게, 숨겨진 진짜 의미... 뭐 이런 게 전부 다이렉트로 필터 없이 바로 귀에 때려 박히니까... 닭살이 돋고, 오글거리고... 그래서 중간에 '아우~ 못 보겠다'를 외치며, 몇 번을 끊어서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진정이 안 돼서 화장실 갔다가, 물도 한 컵 마시고, 괜히 벽도 쳐보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래서 한국 편에서는 갖은 노력 끝에 그나마 완주한 드라마를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BL드라마 팬분들께 죄송합니다. 꾸벅. 흐흐흐 그런데 제가 뭐라고 이런 사과까지 하죠? 자의식이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이 점도 죄송합니다.)


문화 충격


    사실 성우를 준비하면서 LGBTQ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많은 악당캐릭터가 이렇게 설정되거든요. 그래서 한 번은 '게이 살인 로봇' 배역을 연기하게 되어서, 공부하러 이태원에 갔던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아직까지 저는 그들을 극 중 캐릭터로만 보고 있었나 봅니다. 내가 알아듣는 말로 호흡을 넣고, 포즈(Pause)를 넣어가며 Acting을 하니까... 허구가 아니고 현실로 다가오더라고요.


    꼭 BL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예전에 남장 여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었죠? 남자인 그 녀석에게 이상하게 끌리게 되며, 남자 주인공이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이게 참 재밌고, 우끼기도 하고, '나는 쟤가 여자인걸 알고 있는데, 너는 모르지롱?' 이런 골리는 마음도 들고... 그러다가 '남자건 여자건 나는 너를 사랑한다' 용기 내서 고백했는데, 사실은 여자라고 고백받으며, "서프라이즈~!"가 되는 해피엔딩.


    "커피 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뭐 대충 이 정도 기억나네요. 이것도 상당한 문화 충격이었는데요. 대놓고 BL? 그것도 한국? 그래서 '아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에게 BL드라마는 아직까지는 못 알아듣는 언어로 단순히 이미지로만 소비해야 되는 장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점점 나아지겠죠. 'BL'의 뜻을 아는 게 어딥니까? 어떻게 보면 BL장르가 충격이라기보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에 저도 같이 어색해진 건지도 모르죠.


    그래서 한번 찾아봤습니다. 일본, 중국, 태국, 한국 BL 드라마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요. 먼저 일본은 배우 조합이 있고, 극단이 있더군요. 물론 우리나라처럼 스타를 키우는 기획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루트로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일본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가 기획사에서 소속 아이돌을 띄우기 위해 드라마 제작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자조 섞인 반성도 보입니다. 제가 본 드라마는 다행히 그런 드라마는 아니었고, 더 찾아보니 한국 BL처럼 차마 봐줄 수 없는 그런 드라마도 많더군요.


    중국은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금지된 상태이고요. 예전에는 중고 신인들...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는데, '빵' 뜨지 못한 어정쩡한 입지의 배우들이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기 위해서 BL장르에 많이 출연했다고 합니다. 태국은 앞에서 설명드렸죠? 우리나라 아이돌 양성 시스템 같이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있고, 전문 채널이 있을 정도라고...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마이너 장르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장르 드라마'라고 칭해지는 것을 보니...


    어쨌든 지금은, 어떻게 보면 여성들의 정서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BL 장르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그야말로 '양산형' BL 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팬픽*이나, 순정만화로만 만들어지고, 매니아틱 한 형태로 몰래몰래 소비되던 것들이 매체화 되고, 인기를 끌면서, 양산화 되는... 뭐 이건 당연한 수순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도 지금의 K-Pop이 있기까지 정말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팀들이 많았죠? 이러다가 거품 싹 걷히고 진액만 남으면 이제부터 빛나는 일만 남게 되는 거겠죠?


*팬픽 (팬 픽션, Fan Fiction) : 실존하는 연예인들 또는 작가가 만들어낸 주인공과 연예인 사이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웹소설 장르. [출처 : 웹소설 사전]


추천 드라마


    아! 일전에 일본 편에서 '30살까지 동정이면...' 이거 어떻게 보는지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이번 한국 편을 조사하면서 '왓챠' OTT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BL 드라마 보자고 '왓챠'를 가입하기도 그렇고... 듣기론 망해가는 OTT라고 하던데... '왓챠'에 볼만한 게 좀 있나요? 광고형 요금제도 없는 거 같던데... 뭐 언젠가는 보게 될 날이 오겠죠? 한 번 기다려 보렵니다. 무료로 볼 수 있거나? 제가 보는 OTT에 들어오는 날을...


1. 시맨틱 에러 (항마력 모름) : 저는 소설로 읽다가 중도 포기하고, 애니메이션 보다가 중도 포기한 작품인데, 이게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BL 드라마라고 하네요. 유튜브에서 예고영상 조금 본 게 다라서 항마력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드라마 찾아보다가 '왓챠'에서 방영되고 있는 걸 알았고, 찾아보니 '30살까지 동정이면...'도 여기에 있더라고요. 뭐 명실공히 한국 최고 BL드라마라고 하니까 언젠가는 한번 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lFB&pkid=356&os=25620838&qvt=0&query=%EC%8B%9C%EB%A7%A8%ED%8B%B1%20%EC%97%90%EB%9F%AC


2. 나의 별에게 (항마력 上) : 이 드라마는 시즌 2까지 있더라고요.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말이겠죠? 배우님들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다만 주인공 한분 대사가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같은 경우가 많아서 조금 초짜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시즌 2에서는 오~ 연기가 아주 확 느셨더라고요. 수위는 뭐 태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한국말로 들리는 키스신과 베드신은... 어후! 지금도 얼굴이 후끈후끈하네요. '티빙'에서 봤습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lFB&pkid=356&os=26438312&qvt=0&query=%EB%82%98%EC%9D%98%EB%B3%84%EC%97%90%EA%B2%8C


3. 비의도적 연애담 (항마력 下) : 나혼산에서 봤던 배우님이 나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연기력이 어느 정도 보장된 분이 나오시는구나 하고 봤는데... 음... 글쎄요... 아직은 배우님들도 연기력으로 커버하기에는... 다들 따로 노는 느낌이 많이 들어서... 케미가 아쉬웠던 드라마입니다. 케미는 위에 소개한 '나의 별에게'가 좋습니다. 그래서 다소 어색한 연기도 케미로 전부 커버하더라고요. 비의도적 연애담은 드라마 배경이 낯이 익어서 봤더니 제가 회사 다니던 전주에서 촬영을 했네요. 어쩐지 많이 가던 '남부시장'이랑 너무 흡사해서 놀랐는데... 촬영지가 거기였네요. 흐흐흐 스토리나 연기보다 배경 알아보는 맛에 끝까지 본 것 같습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lFB&pkid=356&os=29816532&qvt=0&query=%EB%B9%84%EC%9D%98%EB%8F%84%EC%A0%81%20%EC%97%B0%EC%95%A0%EB%8B%B4


    이상으로 '나의 BL드라마 시청기'를 마칩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편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것만큼, 제가 쓰는 소설도 그렇게 되지 않게 잘 써져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애초에는 새로 쓸 소설에 대한 흥미 유발이 목적이었는데... 안 그래도 변두리 브런치, 더 변두리로 내몬 것은 아닌가 솔직히 많이 걱정됩니다. 어쨌든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부터 매주 목요일에 매거진 형식으로 올릴 예정입니다. 연재를 해보니까 조회수와 라이킷에 더 집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매거진형식으로 써지는 만큼 올릴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하기엔 주제가 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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