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없는박영감 Jul 03. 2024

Forbidden

나의 BL(Boy's Love) 드라마 시청기 : 중국 편

※주의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BL드라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 가기'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Ending


    중국은 아시겠지만 좀 특이합니다. 본토와 대만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것 같지만, 사회주의 체제인 본토가 북한처럼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드라마에 두 가지 기류가 있습니다. BL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고요. 본토는 사극(고장극이라고 많이 하더군요)을 위주로, 대만은 현대극을 위주로 BL드라마가 많이 제작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둘 다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엔딩입니다.


    만약 중국 BL드라마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 일반드라마도 마찬가지이고요, 저는 단연코 새드 엔딩을 꼽겠습니다. 그나마 새드 엔딩 감성을 좀 덜어냈다 싶으면 오픈 엔딩입니다. 그래서 해피 엔딩 신봉자인 저에게, 중국드라마는 보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어딘가 모르게 찜찜해지는, 그런 드라마였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중국인들 성향 자체가 새드 엔딩을 선호한다고 하네요.


    중국은 잘 아시겠지만, 본토는 엄격히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그래서 중국 본토의 BL 드라마는 '사랑'이라기보다는 '의리', 조금 더 깊은 사이라면 '브로맨스' 정도로 그려집니다. 항마력은 따질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팬 리액션 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제가 중국어를 몰라서 그렇지, 중국어 능력자들 덕질에 따르면 대사 속에 묘한 기류가 많이 숨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아~ 그제야 이해가 되더군요. 살짝 불편했던 감정이 뭐였는지...


    그냥 '연기 표현 방식의 차이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눈빛 교환이었습니다. 워낙 정의와 대의, 혹은 복수를 내세우며, 이리저리 막 날아다니며 싸우다 보니, 신인 배우라서 연기도 서툴고, 표현도 어색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대놓고 하지 못해서 그렇지 이게 전부 애정표현이었던 거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 이게 팬들의 덕질과 망상의 결과가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원작이 BL소설이라고 하니, 각색을 아무리 잘해도, 시청자가 색안경을 끼고 요리조리 끼워 맞추면... 이게 바로 악마의 편집 아니겠습니까?


    이에 비해 대만의 BL 드라마는 훨씬 개방적이어서, 똑같이 말할 수 없고, 금지된 사랑인데도 대놓고 애정행각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새드 엔딩이면 결국엔 헤어지고, 오픈 엔딩이면 인정받지 못한 채 '같이 시련을 극복해 가자' 뭐 이 정도의 메시지를 남기고 끝납니다. 그래서 수위가 굉장히 높습니다. 키스신은 물론이고 베드신도 나옵니다. 항마력이 쌓여서 이제 어느 정도 꽁냥꽁냥하는 신은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자만이었습니다. 역시 언제나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는 법입니다. 준비 없이 갑자기 훅 들어온 베드신에 너무 깜짝 놀라서 심장이 엄청 빨리 뛰더라고요. 몸에 해롭습니다. 흐흐흑.


    다음에 태국 얘기도 할 건데요. 태국도 수위가 넘사벽으로 높거든요. 그런데 대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태국은 아무리 베드신이라고 해도, '아~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구나...', '짜인 동선에 맞게, 순서에 맞춰 연기를 하고 있구나...', '연기를 하는 저들도 굉장히 어색해하고 있구나,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티가 나네...' 이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대만은 '얘네 진짜 사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합니다. 그래서 항마력을 마스터하지 못했다면, 대만 BL드라마 비추!


문화 차이


    역시나 중국 BL드라마도 문화 차이 때문에 좀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이게 꼭 BL이 문제여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제가, MBTI가 INFJ와 INTJ를 넘나들다 보니, 논리적으로 뭔가 아니다 싶으면 가슴속에서 뭔가 확 끓어오르는 그게 있거든요? 그런데 가끔 뉴스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나와 기자회견으로 억지 주장을 펼치는 보도를 보면, 그때마다 숨죽여놨던 저의 그 본능이 다시 꿈틀꿈틀 살아납니다. 그래서 굉장히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데 중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권모술수가 낭자해서 그런지, 억지와 선동으로 사건이 악화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아~ 역시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구나. 어쩌면 이 속담은 중국에서 온 속담이겠구나. 우와~ 저렇게 진실이 덮일 수도 있구나. 진실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믿고 싶은 대로 믿는구나...'


    드러내지 않고 교묘하게 술수를 부리는 내용들... 정의를 부르짖지만, 제게는 매우 비겁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이래저래 불편한 게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왕홍'이라던가, 이런 'BL드라마'라던가, 아! 한한령~ 그렇네요 맞습니다 한한령. '한류'를 방해하는 한한령. 저들은 공식적으로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우리는 다 알고 있죠. 중국 드라마는 굉장히 정치적이었습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산하령'이라는 본토 BL 고장극은 드러낼 수 없는 국내 실정에 맞게 주인공 중 한 명이 희생해서 죽는 새드 엔딩으로 끝냈다가, 나중에 감독이 유튜브에 찐엔딩영상을 따로 올려서 결말을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중국엔 아직까지 분노한 홍위병만 있는 건 아닌가 봅니다.


    일본 BL드라마가 관계에 초점을 두고, 어떻게 사회에 적응해 갈까를 고민한 내용이 많았다면, 대만 드라마는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 내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관계는 관계인데, 가족 혹은 사회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받으려는 노력과 좌절이 보였습니다. 처음 호감을 느끼고,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지만 가족 혹은 사회에서 금기시하기 때문에 헤어지고, 그래도 결국엔... 여기서 새드엔딩 혹은 오픈엔딩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추천 드라마


    음... 중국 본토 BL드라마는 사실 추천이라고 할 것도 없이, 제가 볼 때는 딱 두 편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국은 엄격히 통제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BL 드라마는 여성이 주요 시청층이다 보니, 출연 배우들의 비주얼에 상당히 공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요. 워낙 브로맨스 드라마가 신드롬급으로 인기를 얻다 보니, '냥파오'라고 하던데, 직역하면 아가씨 같은 젊은이? 우리나라로 따지면 '그루밍족'이라고 할까요? 이것을 중국이 약해진다고 생각해서 금지를 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국식 인플루언서 '왕홍'이나, 연예계에 미소년 캐릭터들이 사라지고 있다네요. 당연히 BL드라마로 의심되는 남자 투톱 캐스팅 드라마도 전부 전면제작중단 됐다고 합니다.


    역시나 스포 방지를 위해 간단히 검색 링크만 걸겠습니다.


1. 진정령 : 중국 BL 고장극의 시초라고 불린답니다. 두 주인공이 워낙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면서 대스타가 되었다고 하네요. 주인공 중 한 명은 한국에서 아이돌로 데뷔를 했다가 한한령으로 팀이 해체되어 중국에 돌아가 우연히 출연한 이 작품으로 이약 스타덤에 올랐다고 하네요. 지금은 다른 중국 연예인과 마찬가지로 혐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중국 연예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w&pkid=57&os=10370412&qvt=0&query=%EC%A7%84%EC%A0%95%EB%A0%B9


2. 산하령 : 중국 BL고장극의 전성기를 누린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 드라마 이후로 모든 남자 투톱 캐스팅 드라마가 중단되었다죠. 역시나 이 드라마 주연들도 스타가 되었는데, 그중 한 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잘못 올렸다가 지금은 완전히 퇴출된 것 같습니다. OTT로 제가 본 버전은 감독이 따로 올린 찐엔딩 버전이었네요.


https://me2.do/GTSDPhD4


3. 정부지간 : 설렁설렁 봤다가 훅 들어온 베드신과 찐한 스킨십에 깜짝 놀랐던 그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뭔가 링크 정보가 없네요. 저는 '티빙' OTT에서 봤습니다.


4.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 이건 '넷플릭스'에서 봤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여태까지 '내 마음에 새겨진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네 마음...'이었네요. 이 드라마는, 아니지 영화죠. 제가 쓸 소설구상이랑 상관없이 아주 예전에 봤던 영화입니다. 우정이 사랑으로, 하지만 그 사랑은 금지된 사랑... 사실 주서사가 진행되는 학창 시절 이야기보다. 매우 짧지만 마지막에, 나이 들어서 노년에 나중에 외국에서 해후하는 장면이 더 좋았던 영화입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kEw&pkid=68&os=13860278&qvt=0&query=%EB%84%A4%20%EB%A7%88%EC%9D%8C%EC%97%90%20%EC%83%88%EA%B2%A8%EC%A7%84%20%EC%9D%B4%EB%A6%84


    흐흐흐, 중국 본토 고장극은 BL이라는 색안경을 벗으면 무협지 정도 되는 수준이고요, 역시 대만 드라마는 정식 BL장르입니다. 어제 일본 편에서는 제목이 길다고 했는데, 중국 편은 보니, 대만은 짧지만, 본토는 엄청 기네요. 중국 시리즈가 보통 50편 길게는 100편이 넘는 것을 보면 그나마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드라마를 왜 미니시리즈라고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저로도 괜찮으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