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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Jul 02. 2024

이런 저로도 괜찮으시다면...

나의 BL(Boy's Love) 드라마 시청기 : 일본 편

※주의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동성애(BL드라마)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뒤로 가기'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다다이마 / 오카에리 (다녀왔습니다 / 어서 와)


    꼭 BL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 대사가 가장 먼저 귀에 들리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ただいま (다다이마, 직역 : 지금 도착했습니다, 의역 : 다녀왔습니다)
おかえり (오카에리, 직역 : 잘 다녀오셨어요, 의역 : 어서 와)


이후로는 이타다키마스 (잘 먹겠습니다), 이랏샤이마세 ((가게에서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가 차례로 들리더군요. 그만큼 저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는 거겠죠? 그래서인지 일본 BL드라마도 관계에 초점을 두는 드라마가 많았습니다. 물론 사랑을 발견하고, 고백하고, 차이고, 방황하고, 포기하지 않고 재회하는 러브스토리가 기본 플롯인 것은 비슷한데... 결과는 식구가 되어 꽁냥꽁냥하는 결말을 많이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일본 BL드라마는 "다다이마 / 오카에리"로 대표되는 일본 일반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부감도 크게 들지 않았고, 불편함도 없었고, 도리어 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 때문에 더 재밌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성우 공부를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 드라마 연기를 보면서 독백연기, 특히 배우의 표정연기에 속마음을 더빙한 연기가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약간 관음증 비슷하게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거든요. 그런데 BL드라마도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동성의 고백에 주인공이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스토리가 많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일본드라마는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다고... 맞습니다. 일본 BL드라마는 '성(性) 진국'이라는 선입견으로 생각했던 선정적이거나, 음침하거나, 음란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항마력이 낮아도 충분이 커버 가능한 수준? 어쩌면 제가 그런 드라마만 골라 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제가 다룰 아시아 4개국 (일본, 중국, 태국, 한국)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가 많았습니다. 하긴 공중파에서 정규편성되어 방송되는 드라마이니까요. 제가 좀 과하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특히 일본 BL드라마 중에서는 가족 내에서의 그들의 관계, 위치, 입지 등 현실에 대해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는데요. 물론 판타지이기 때문에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흐르기는 합니다만, 제가 원래 의도했던 가족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고민(?)을 가족이 아닌 식구로 풀어낸 작품, 장면이 많았습니다. 가족 하면 뭔가 혈연이 더 강조된 느낌이고, 식구 하면 같이 밥 먹는 친숙한 느낌이 더 들지 않나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하하하. 그래서 만약 BL드라마를 보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일본 드라마를 먼저 추천합니다. 항마력 키우기 좋습니다.


문화 차이


    그래도 역시 다른 나라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습니다. 특히 이 대사...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번역된 자막으로만 봐서, 정확한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부탁을 받거나, 제안을 받았을 때 일본에서는 이런 반응을 보이더군요.


 "저로도 괜찮으시다면..." 혹은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대사였습니다. 한국 같으면 기쁘다던가, 고맙다던가, '사람 좀 볼 줄 아는구나?'라며 자신감 뿜뿜 같은... 내 감정을 표현하는 대사를 쳤을 텐데요. 일본에서는 '나'를 사물 같이 취급한다고 할까? 특히 "저로도"라고 변역 될 때는 도구로 취급한다고 해야 할까? 겸손이 지나치다고 하는 게 가장 알맞겠네요. 약간 이해가 안 되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마도 일본의 '배려문화'라고 할까요? 타인의 시선에 예민한 특성이 반영된 대사 같았습니다. 저런 말은 정형화되어 있어서 거의 생활대사일 텐데 말이죠. 어쨌든 저런 극도의 배려문화 덕분에 BL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굉장히 상냥하고 (그러고 보니 '야사시'라는 말도 잘 들렸습니다. 한국에서는 좀 음흉한 표현이죠? ^^;;;), 착하고, 순수해 보입니다. 물론 판타지이니까요. 실제로는 안 그렇겠죠?


    하지만 아시아권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가능성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동성커플이 제도권에서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장면도 많았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샤방샤방하고, 핑크핑크 러블리한 러브스토리만큼 관계에 초점을 둔 드라마도 많다고 했었죠? 그래서 동성커플이 직면한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이 다뤘더라고요. 그래서 제 의도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죠.


    특히 대부분이 동거형태로 그냥 같이 사는 동성 커플들은, 결혼을 통한 배우자라는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속이나 이혼 같은 것은 당연히 안되고, 연인에게 갑자기 사건, 사고가 발생하거나, 실종, 행방불명이 되어도 경찰로부터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고, 병원에서도 가족만 허락되는 면회나, 임종에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먼저 연락이 오길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거나, 그저 한 발짝 물러서서 남 일처럼 바라만 봐야 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들이 많더라고요. 이건 세계 어딜 가나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는 곳에서는 다 똑같겠죠?


    그래서 '양자결연'이라는 제도를 이용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법적으로 배우자가 아닌, 자식이 되어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흔히 농담하길... '오빠 오빠 하다가, 아빠 아빠 되고 그러는 거지 뭐'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그들이 듣기에는 어떻게 생각하면 좀 서글플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단순히 호칭을 갖고 농담한 건데, 그들에게는 가족관계가 그렇게 설정되어 버리는 거니까요. 다시 한번,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추천 드라마


    솔직히 추천 드라마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제가 시청한 드라마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3편은 봤고, 한 편은 보고 싶은데 못 보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가 OTT로 '티빙'을 봤었는데요. 지금은 연간 구독권 만료되고, 광고형으로 넷플릭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 BL드라마는 수위가 높네요. 항마력 딸립니다. 그리고 다른 작품도 저에게 맞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한 달 후에 구독 해지하고, 시간 좀 지나서 몰아보기 할 겸 '티빙'다시 볼까 생각 중입니다.)


    스포 방지를 위해 간단히 검색 링크만 걸겠습니다.


1. 아재's Love (항마력 中) : 일본 BL드라마 최초로 정규편성 된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합니다. 코미디 성향이 강해서 킬링 타임용으로 볼 만했습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w&x_csa=%7B%22theme%22%3A%22onair_info%22%2C%22ptn%22%3A%22osolution_top%22%2C%22pkid%22%3A%2257%22%2C%22osid%22%3A%226389427%22%2C%22skiposid%22%3A%2232732246%22%2C%22research%22%3A%220%22%2C%22oos%22%3A%2232757644%22%2C%22topic%22%3A%22%EB%93%9C%EB%9D%BC%EB%A7%88%22%7D&pkid=57&os=6389427&qvt=0&query=%EC%95%84%EC%9E%ACs%EB%9F%AC%EB%B8%8C%20%EB%93%9C%EB%9D%BC%EB%A7%88


2. 어제 뭐 먹었어? (항마력 下) : (강추) 소설 구상에 가장 많이 참고한 드라마입니다. 중년의 동성 커플 이야기로 부모, 친구, 동료, 이웃, 학창 시절...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w&pkid=57&os=32115231&qvt=0&query=%EC%96%B4%EC%A0%9C%20%EB%AD%90%20%EB%A8%B9%EC%97%88%EC%96%B4%3F


3. LIFE 선상의 우리들 (항마력 上) : 4편인가? 짧은데요.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운명 같은 사랑을 그립니다. 무엇보다 학창 시절 주인공들이 도로 위 차선에서 망상을 하며 등하교하면서 친해지는 내용이 제가 어릴 때 망상하던 내용과 비슷해서 끝까지 보게 됐습니다. 키스 신 정도로 수위는 낮은데,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까... 그리고 주인공이 평범한 삶을 살겠다며 동성 연인을 버리고 결혼하는 내용도 나오고... 제가 볼 때는 좀 항마력이 좀 필요했습니다.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w&pkid=57&os=14385265&qvt=0&query=life%20%EC%84%A0%EC%83%81%EC%9D%98%20%EC%9A%B0%EB%A6%AC%EB%93%A4


4. 30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대 (항마력 모름) : 이 드라마는 좀 특이하게 알게 됐습니다. 일본 드라마(Eye Love You)를 보다가 주제가가 좋아서 가수를 (Omoinotake) 찾아서 들었는데, 다른 분이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에서 참 좋게 들은 노래가 있었거든요. 멜로디와 가수의 목소리가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못 알아 들어도 감성이 그대로 전해진달까? 그런데 그 노래가 이 드라마 주제가였다네요. 그래서 알 게 됐습니다. 노래는 Omoinotake - 心音.


    아직 못 봤고요. 굉장히 유명하다는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저작권이 세게 묶여있나 봅니다. 어둠의 루트에서도 검색이 안되더군요. 최근 태국에서 리메이크가 됐는데, 원래 태국 드라마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데, 이 드라마만 안 나오더라고요.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sm=tab_etc&mra=bjkw&x_csa=%7B%22theme%22%3A%22onair_info%22%2C%22ptn%22%3A%22osolution_top%22%2C%22pkid%22%3A%2257%22%2C%22osid%22%3A%2218101137%22%2C%22skiposid%22%3A%2233557781%22%2C%22research%22%3A%220%22%2C%22oos%22%3A%2229822810%22%2C%22topic%22%3A%22%EB%93%9C%EB%9D%BC%EB%A7%88%22%7D&pkid=57&os=18101137&qvt=0&query=30%EC%82%B4%EA%B9%8C%EC%A7%80%EB%8F%99%EC%A0%95%EC%9D%B4%EB%A9%B4%EB%A7%88%EB%B2%95%EC%82%AC%EA%B0%80%EB%90%A0%EC%88%98%EC%9E%88%EB%8C%80%20%EB%93%9C%EB%9D%BC%EB%A7%88


 노래 듣다가 유튜브에서 팬이 드라마 편집해서 만든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봤는데, 그냥 들으면 따뜻한 프러포즈송? 결혼식 축가? 정도인데... 관계의 특수성 때문인지 노랫말 가사가 참 안타깝게 다가오더라고요. 뮤비 보고 더 궁금해졌습니다. 연기 연습할 때, 서브텍스트 넣던 버릇이 도졌다고 할까... 흐흐흐


https://youtu.be/hkZtloEn074?si=Eob0eb4FRl3bTMqx


그런데, 요즘 애니메이션 보면서 든 생각인데, 애니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던가? 하여튼 일본은 제목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문장으로 마침표 찍는 제목이 붙더라고요. 이것도 제목 참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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