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행복을 포기하겠습니다. (1)
모순과 죄책감
'모순', 영어로 'irony'라고 하면 될까? 사전을 찾아보면 'contradiction'이 검색되지만, 실제로는 '아이러니하다'라고 많이 말하니까... 어쨌든 둘 다 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치맥을 시켜 먹었다던가... 시험 전날 밤늦게까지 공부하려고 커피를 한 사발 마셨는데 배가 불러서 자버렸다던가... 건강 챙긴다며 아침마다 영양제를 한주먹씩 챙겨 먹고 술담배를 한다던가... 누군가에게는 해프닝, 누군가에게는 흑역사가 되는 모순을 많이 듣고, 보고, 경험하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귀여운 편이다. 대부분 잠깐 웃고 넘길 수준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당사자에게는 꼬리표를 남겨 후회하게 만들기도 하고, 수치심을 느끼게도 하며, 때에 따라서는 모른 척하게도 한다. 이것은 모두 반성과 성찰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생존의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혹 이런 모순이 발단이 되어 우리를 나락에 빠트려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동일인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모순이 그렇다. 그때는 맞다고 생각해서 행동했는데, 지금은 틀렸다는 것을 깨닫거나... 남의 이야기는 쉽게 했지만 막상 본인에게 닥치면 다르게 받아들인다거나... 내가 주장하고 옳다고 믿던 신념들이 화살이 되어 도리어 나를 공격한다거나... 이런 경우 일단 모순임이 밝혀지면, 주위의 비난을 받거나, 스스로 죄책감을 느껴 고통을 받는다. 심하면 누군가는 한평생을 전부 부정당해 탈출구 없는 구렁텅이로 빠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인간이 유년기를 기억 못 하는 이유는 이 고통이 감당하기에 너무 커서일지도 모른다.
삶에서 모순과 죄책감은 피할 수 없는 경험이지만, 이것들이 우리를 성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모순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다시 검토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성찰하는 과정이다. 죄책감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들을 잘 다루고, 자신을 너무 혹독하게 대하지 않으며,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결국, 모순과 죄책감을 통해 우리는 더 깊이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