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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Nov 05. 2024

공상의 서막

흐흐흐 생물을 전공하다 보니, 이런 공상을... (마지막)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세포학이었는지... 생물학이었는지... 무슨 과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태계에서 유전자를 퍼트리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배우다가 달착륙선 모양을 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에 대해서 배웠다. 미국에서 공부하신 교수님이라서 '~phage'라는 스펠링을 보고, 그동안 영어공부했던 짬을 살려 '~페이쥐'라고 나름 세련되게 읽었는데... 정작 교수님은 마치 불어, 독어 같은 분위기로 '빠~ z~ ㅟ'라고 발음하셨던...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저 발음을 하는 교수님의 우스꽝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게 정식명칭이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박테리오파지"

    박테리오파지는 '세균(bacterio)을 먹는다(phage)'는 뜻이고, 바이러스다. 즉,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이며 세균의 천적이다. 달착륙선 모양의 단백질 구조물 안에 DNA나 RNA를 싣고 다니다가 적당한 숙주를 발견하면 표면에 착륙해서 세포 안으로 바이러스성 게놈을 접종(injection)한다. 그러면 박테리오파지는 숙주 세포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자신의 DNA 혹은 RNA를 복제한다.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를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박테리오파지는 숙주 세포 안을 자신의 유전자로 가득 채우면 그 안에서 다시 밖으로 실어 나를 우주선을 건조(建造)한다. 그리고 결국 숙주 세포를 파괴하며 새로운 숙주를 찾아 떠난다. 나쁜 놈 같아 보이지만 인간에게 매우 이로운 바이러스다. 요즘은 저항성 세균, 슈퍼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과거에는 과학자들에게 특정 유전자를 다른 생물에게 전송하기 위한 'Vector'로 활용됐다.


공상을 말하는 마지막 장에 서서 이 공상의 시작을 말하다.


    허허허 참나~ 수업을 듣는데, 이런 생각이 딱 들었다. 이거 완전 우리 얘긴데... '지구'라는 숙주 세포를 침공한 '인간'이라는 박테리오파지... 앞전에 쓴 글 중에 '치명적인 독소인 지구의 엽록소 생태계를 파괴하기 위해 우주의 어떤 큰 의지에 의해 인간이 지구로 보내진 것 아니야?'라는 공상의 출발점이었다. 지구 영장류가 진화해서 인간이 출현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유전적 변이가 있어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어디선가 읽었다. 만약 인간이 박테리오파지처럼 지구에 침투한 DNA라면 설명이 되지 않을까?


    혹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간적인 신들은 실존했던 외계인이 아니었을까? 번개를 다루는 제우스는 레이저총을 들고 다녔고, 포세이돈은 작살을 든 잠수부 아니었을까? 하데스는 생명공학박사이고, 신들의 세계 이전에 존재했다는 타이탄은 지구에서 진화하던 토착 영장류가 아니었을까? 제3세계 신화에 나오는 팔이 여러 개 달린 신은 스파이더맨 옥토퍼스 교수처럼 로봇 팔을 달고 다니던 사람... 눈이 세 개인 신은 드래곤볼처럼 스카우터를 장착했거나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혹은 생체칩을 장착한 것 아니었을까? 아니면 혹시 단순히 안경? 우리나라 단군신화의 환웅도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던데... 혹시? 흐흐흐


    노아의 방주는 실은 우주선이고 그 안에 생명체 한쌍을 태웠다는 것은 염색체 페어링을 말하는 거 아닐까? 물의 심판은 지구의 환경이 물 순환의 생태계니까 그렇게 표현된 거고... 다음으로 예언되어 있는 불의 심판은... 음... 태양? 우리는 결국 태양을 향해가는 건가? 혹시 다음 인류가 정착할 땅은 화성이 아니라... 금성, 비너스 아니야? 그래서 미의 여신으로 추앙받게 만든 거고... 어! 혹시 공룡은, 고도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조상들이 지구의 환경을 테스트하기 위해 선발로 보낸 lab 생명체? 아니면 화석 연료로 이용하기 위해 미리 심어놓은 밑밥? 이런 영화적 상상력이 폭발했었다.


나비의 꿈


    그런데 '진짜 내 공상이 사실인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확 들 정도의 기사를 봤다. 일론 머스크가 추진한다는 '스페이스 X' 프로젝트, '이거 완전히 박테리오파지의 일생 그 잡채잖아?' 지구에서 충분히 유전자의 다양성을 확보한 인류는 이제 화성 왕복선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더 이상 숙주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지구를 버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


    기억에 이 공상을 분명히 글로 쓴 줄 알았는데... 다른 작가님 글에 댓글로 달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헉! 기억도 못할 정도로 글을 많이 발행한 건가? 이거 자칫하면 유체이탈화법 나오겠는데... 이러다 자기모순에 빠지면 여기도 그만둬야 하나?' 순간 박테리오파지와 겹쳐지며 마치 더 이상 숙주로써의 가치 없어질 것 같았다. 내 안의 이야기가 곧 탈출할 것만 같았다.


    인터뷰나 매체에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작가들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물론 정치인처럼 달변가도 있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말발보다는 '도대체 얼마나 자기 삶이 통제가 잘 되고, 일생이 얼마나 앞뒤가 딱딱 잘 맞아 돌아가는 걸까'라는 부러움부터 생겼다. '북토크'라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아이돌 팬미팅 같은 마케팅의 일환이라지만... 사실 요즘 아이돌팬미팅은 '유사연애'라고 불릴 만큼 말초적이고 자극적이다.


    물론 북토크를 할 정도로 성공한 작가라면 뚜렷한 뭔가가 서 있는 사람일 거다. 그게 참 부럽고 동시에 부끄럽다. 어제 구독하고 있는 한 작가님의 시를 읽고 표현이 너무 좋아서 댓글에 '작가님의 표현을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라고 썼는데... 우와~! 이제 이 작가님을 존경하게 될 것 같다. 답글로 '독자의 생각이 맞습니다. 제 생각일 뿐이지요. 제 손을 떠났으니 독자의 시입니다.'라고 달아주셨다. 독자의 시... 캬~ 이 얼마나 고차원적인 답이란 말인가?


어쩌면 창작의 원천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의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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