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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Nov 12. 2024

감정의 흐름

차라리 행복을 포기하겠습니다. (5)

갑자기 찾아온다.


    모르고 살다가 문득 깨닫고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인가~ 늘 변함없을 줄 알았던 엄마의 얼굴에 갑자기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얼굴이 겹쳐졌다. 우리 뇌는 생각보다 사물을 많이 왜곡해서 보여준다. 매일 세수하며 쳐다보게 되는 거울인데도 그 속의 내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언제 이렇게 늙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그때부터 흰머리, 비어있는 머리카락, 눈가 주름과 처진 볼살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엄마의 얼굴은 '언제 이렇게 늙으셨지?'라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을 밀고 왔다. 늘 여기저기 아프다고 할 때마다 아직 쌩쌩한데 뭔 앓는 소리 하냐며 운동부족이라고 타박했는데 자식으로서 불효한 것 같았다.


    인생도 뭔가의 보정을 받는가 보다. 당장은 뭘 잘못하고 사는지 모르는데, 한참 후에 갑자기 떠오른 상념으로 촉발된 과거의 장면이 지금의 모습과 상충됨을 깨달을 때가 있다. 그러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허공에 헛발질을 하며 이불킥을 하게 된다. 수치스럽거나 부끄럽다는 같은 결과에, 음... 이렇게 생각하면 이게 원인인 것 같고, 요렇게 생각하면 요게 원인인 것 같고... 복합적으로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고, 또 쉽게 생각하면 한없이 가볍고... 이랬다 저랬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 뒤로 죄책감, 후회, 고통이 밀려오는데, 과거의 내 모습에 상처받았을 누군가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날 힘들게 만들었던 종자들에게 한 방 먹이지 못한 게 분하기도 하고, '그동안 잘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다'라는 기대가 와장창 박살 나며 미래가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미 지나온 시간, 설령 타임머신을 발명해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시간의 분기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미래로 향하게 된다고 하니, 되돌려도 소용없는 노릇인데...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는데... '그럼 적어도 똑같은 죄는 짓지 말아야지'라는 구도자 같은 마음에 기분은 침잠되며 번뇌가 쌓인다.


    상충됨을 느끼는 순간 죄책감이 들고, 모순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면 앞의 보정 얘기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원인이 나와서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찾은 답이 '집착'이었다. 집착을 하다 보니 어느 한 방향을 향하게 되고, 그곳을 향해가는 도중 상충되는 부분이 맞부딪히면서 깎여 나가고, 그 와중에 모순을 발견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번뇌가 쌓이고... 한참이 지난 후에 생각해 보면 내가 왜 저런 거에 그렇게 집착했나 후회하고... 잠 못 자고... 병들고... 괴로워하고... 그런데 이런 거 벌써 몇 천 년 전부터 이어져온 고민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벗어나는 해법을 찾은 선구자가 있었다. 바로 부처님! 석가모니!


아~ 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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