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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Nov 14. 2024

행복의 진실

차라리 행복을 포기하겠습니다. (7)

행복의 역사


    '행복하세요'라는 말은 안부를 묻는 가벼운 인사의 의미로 쓰일 때도 있고,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축복의 의미로 쓰일 때도 있다. 가끔 '행복하신가요?'라고 물을 때는 다소 무거운 걱정이 담긴 충고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행복...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관계된 모든 사람이 행복하길 바란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다. 영원한 행복은 없다는 것을... 오죽했으면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사자성어가 있을 정도다.


    행복은 마치 퍼즐 조각 같아서, 우리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맑은 하늘,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랑하는 사람과의 짧은 대화... 이 모든 것이 행복의 조각들이다. 행복은 대단한 성취나 커다란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따라, 하루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찰 수 있다. 때로는 잊고 지나치는 순간들도, 다시 돌아보면 행복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행복은 마치 꿈같이 손에 잡히지 않는 판타지 같은 것이다. 정의할 수 없는데 에너지가 있어서 집착을 불러일으킨다. 행복은 잔잔한 호수 같은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파문에는 진폭이 있어서 고점이 있고 반드시 저점이 있게 마련이다. 고점은 행복이고, 저점이 불행이다. 따라서 고점이 높으면 높을수록... 즉 진폭이 클수록 저점은 더 낮고 다음 고점이 빨리 따라온다. 행복한 만큼 불행이 깊고, 불행한 만큼 행복은 배가 된다. 어떤 것이 기본 배경이냐에 따라 개인의 행불행이 결정된다.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행복이 뭔지 알아야 제대로 추구할 텐데...


행복의 반대말


    행복을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 그 반대말에도 주목해 보았다. '행복하지 않다'는 뜻을 가진 낱말은 사전적으로 '불행'이다. 하지만, 국어시험문제에나 나온다면 모를까, 이를 인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브런치스토리나 다른 블로그 혹은 인스타그램만 봐도 같은 고민을 한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시도, 소설도, 수필도,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행복의 반대말이 '불평'이다. 또 누구는 '욕심'이다. 다른 누구는 '지루함'이다. 혹자는 '외로움'이라고도 한다. 행복처럼 이렇게 반대말이 많은 낱말은 흔치 않을 것이다.


    하나 꼬집어서 이거라고 딱 정할 수 없는 이유는, 개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논리를 살펴보면 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행복할 이유도 그만큼 많다는 뜻도 된다. 행불행은 실체가 없는 감정이고, 대척점에 존재하지도 않으며, 경험상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다. 차라리 두 낱말을 동시에 관통하는 무언가도 느껴진다. 어쩌면 같은 말일 수도 있다. 


    행불행의 기본적인 감정은 '빈자리가 채워지는 만족감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다. 빈자리를 느끼면 불행, 그게 채워지면 행복. 하지만 곧 빈자리는 더 넓어지고 우리는 다시 채우기 위해 애쓴다. 행불행이 연속이고, 삶이 이렇게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라면, 영원한 행복이란 없으며, 행복은 퍼즐조각이고, 행복에 불행이 따라오며 상대적이라는 것들이 조금은 설명이 된다.


행복의 진실


    인생은 고통스럽고 외로운 여정이다. 우리는 삶의 어려운 순간에 맞닥뜨릴 때, 그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줄 무언가를 찾게 된다. 그것이 행복이다. 그래서 행복은 마치 진통제와 같다. 우리가 느끼는 아픔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주고,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진통제가 치료제가 아닌 것처럼, 행복 또한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나아가, 남용하다 보면 언젠가 내성이 생겨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날이 찾아올 수도 있다.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던 마음이 무뎌져 결국 더 큰 행복을 찾아 헤매게 만들고, 오히려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행복은 인생의 여정에서 잠깐의 쉬어가는 오아시스다. 쉼터가 될 수 있지만, 목적지는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음...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깊은 만족과 성취감일까? 이것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다. 어쨌든, 그래서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야 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지속적인 내면의 평화와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이다. 행복은 순간적인 위안일 뿐,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여정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 다 좋은 것일까 의심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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