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문제 (4)
버팀의 딜레마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버티는 힘을 기른다. 처음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걷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버티고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팀은 아마도 약한 인간이 처음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기로 마음먹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그렇게 버팀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버팀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위한 몸부림이 되기 시작했다. 그 버팀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중심이 되어버렸다. '버티면 된다'는 말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수적인 덕목으로 자리 잡았지만, 요즘의 과도한 버팀은 오히려 우리를 집착으로 몰아넣었다. 과연 언제부터 우리에게 먹고사는 문제가 버팀의 문제가 되었을까?
버팀의 목적
아니 그보다 대체 뭘 버티는 걸까? 버티는 목적이 뭘까? 버티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져서...?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희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희생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목적이 없는 버팀은 그저 무의미한 고통일 뿐이니, 그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 때, 우리는 더욱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목적을 분명히 해서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든 버텨내도... 그렇게 참고 견뎌냈으니 뭔가 보상이 있어야 마땅한데도... 안타깝게 요즘 대부분의 버팀이 헛고생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 버텨서 목적을 잊고 버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경우 말고도, 그 사이에 외부 환경이 변해서 버텨낸 의미가 없어진 경우가 많다. 벼락거지가 무서워 영끌 대출로 부랴부랴 집장만한 이들이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버팀이란 일시적이어야 한다. 너무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 과도한 버팀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노력에서 출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흔히 목표와 수단을 혼동하게 된다. 버팀의 목적을 상실한 채 그저 버티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그 대가로 인생의 많은 중요한 요소들을 잃을 위험이 있다. 우리는 종종 버티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다. 시간, 건강, 인간관계 등 수많은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희생이 단기적으로는 보람차게 느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버팀의 배신
그렇다 버팀은 꼭 달콤한 미래만 보장하지 않는다. 매몰비용이 될 수도 있고, 왜곡된 집착에 빠트려 몰락시킬 수도 있다. 때때로 그 집착은 광기가 되어 온 나라를 휘청이게 만들 수도 있다. 집착은 결국 우리를 지치게 하고,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잃게 만든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끝에 얻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버티기를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도마뱀이 생존을 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우리도 과감하게 끊어내고 새로운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버팀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과도한 버팀이 아닌, 건강한 버팀을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명확히 할 때, 과도한 집착을 피하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버티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