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 (7)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군자행(君子行)'이라는 중국의 고시(古詩)의 한 구절입니다. 군자(높은 벼슬아치)가 행해야 할 도리를 읊은 이 시에는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군자라면 모름지기 남에게 의심받을 일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이죠.
더욱이 지금 같은 비상시기에는 더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공군 1호기가 시험 비행을 하고, 계엄해제 직후 안가에 모였다는 법제처장의 가족이 이 시기에 미국 여행을 갔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어제의 대통령의 담화는 진영, 여야, 정당 상관없이 매우 자극적으로 들렸습니다. 오후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한남동에서 대치한다는 소식도 들려오더군요. 자칫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아, 폭력적인 행위가 나올까 봐 걱정됩니다.
안됩니다.
지금 전국 도처에서 펼쳐지는 평화적인 시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입니다.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이제 슬슬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옮기려는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화가 나고 열받아도 폭력을 행사는 순간, 폭도가 됩니다. 똑같은 사람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폭력행사로 자신의 신념을 지키겠다는 논리와 똑같아지는 겁니다. 제발 자제하십시오. 노조들과 시민단체들의 과격한 시위는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합니다. 국민들이 떠나가게 만드는 겁니다.
진짜 정의란, 자신의 정의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구속할 수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