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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편지 : 겁 많은 나에게

너는 아직도 나를 묻고 있구나 (7)

by 철없는박영감

To. 겁쟁이에게


나는 늘 두려움 속에 살았다? 돈이 없어서도, 힘이 부족해서도 아니었어. 물론 그런 때도 있었지. 하지만 그것들은 지나고 나면 '아, 그땐 그랬지' 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시험일 뿐이었단다. 가장 큰 두려움은 언제나 미지에 대한 것이었어. 그래서 나는 시작이 항상 매우 어려운 사람이었지. 안전을 지향하는 성격, 걱정과 겁이 앞서는 습관 때문에 도전을 피하고,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멈춰 서 있었어.


성공을 꿈꾸면서도, 사랑과 가정을 상상하면서도,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맞추기만 할 뿐 끝내 겁에 질려 시작하지 못했다. '더 위'를, '더 앞'을 보지 않고, 더 솔직히 말하면, 잃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보다 낮은', '보다 뒤'만 살폈지.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그 두려움이 다양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는 것을... 갈망으로..., 관심으로..., 질투로..., 후회로..., 자기애로....


겁쟁이여, 너는 결국 시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책임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미지의 불확실성이 두려워서... 그렇게 계속 도전을 멀리 피해왔지. 너는 그것을 '미성숙'이고 생각하지? 그런데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너는 십수 년 후에도 스스로 미성숙하다고 생각한단다.


과연 세상에 자신이 성숙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오늘도 너를 묻는다. 너는 과연 언젠가, 안전이라는 껍질을 깨고,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까.


From. 시작하지 못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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