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도 나를 묻고 있구나 (6)
To. 한 번도 다른 누군가를 '나'보다 더 사랑해 본 적 없는 너
계산적이라는 너의 성향은 사랑 앞에서도 어김없었다. 너는 언제나 '나' 자신을 가장 먼저 챙겼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 앞에는 늘 내가 있었어.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
그래, 바로 시간에 방점을 두었던 거야. 너에게 영원한 사랑은 드라마 속 판타지였고,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대상은 '나'밖에 없었지.
그래서 너의 사랑은 언제나 조건부였다. 상대의 미소가 너를 비춰줄 때만, 상대의 손길이 너를 지탱해 줄 때만, 결론적으로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네 모습이 아름답다고 상상될 때만 너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어. 너의 사랑은 늘 객관적인 평가를 필요로 했고,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은 결국 '나'를 향한 것뿐이었지.
조건부의 사랑, 자기애의 그림자.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끝내 답하지 못한 채로 너를 묻고 있다. 오직 이것만 확실히 남겨둔 채...
"너의 사랑은 결국 나를 향한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걸까. 아직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지 못한 걸까. 나는 여전히 그 답을 찾지 못한 채, '부모가 되어봐야 알까?'라고 막연히 생각해 본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니 확신은 여전히 없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될 대로 살아가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넌 '나'에게 그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 답답하다며 금세 뛰쳐나갈 궁리만 하는 '나'만 상상되지 않니?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튀어나오는 풍선처럼... 그러다 바람 빠진 쭈글쭈글한 풍선이 될까 봐... 그것도 걱정이지?
괜히 착한 여자 한 명 힘들게 하지 않고, 어쩌다 태어난 한 생명 세상 속에서 괴롭게 살아가지 않게 하는 게 네가 할 일이라며...
"내 주제에 무슨 자식..."
이렇게 고독을 마치 면죄부처럼 꼭 쥐고 있잖아. 스스로 그럴 자격이 없다면서...
From. 철없는 독거 박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