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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의 그림자

Part 1. 내가 나를 보는 방식 (자기 인식) (2)

by 철없는박영감
빛이 있는 곳에는 그림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그림자가 없다면 그것은 허상이다. 빛이 닿을 실체가 없는 것이다. 반면에 어둠이 있는 곳에는 빛 따위는 전혀 필요 없다. 만약 어둠이 매우 강대하다면 있던 빛마저 집어삼킨다. 빛은 멀다. 저 멀리서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따라가다 힘이 빠져 뒤쳐지면 남겨진 어둠에 휩싸여 절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빛보다는 어둠이 더 가깝다. 낙오자라는 오명의 입김을 조용히 불어넣는 것은 어둠이다. 빛도 허상 아닐까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어둠은 실존의 증거니까 내가 여기 있음을 방증한다.


나는 웃음을 자주 짓는다. 웃음은 사람을 편하게 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언제나 그림자가 있다. 웃음이 진짜인지, 습관인지, 혹은 방어인지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거울 속의 웃음은 때로는 자연스럽지만, 때로는 어색하다. 그 어색함이 바로 그림자의 흔적이다.


웃음은 빛처럼 보인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사람들 앞에서 웃을 때, 그 뒤에는 나만 아는 그림자가 따라온다. 타인을 위한 웃음은 빛이지만, 나를 위한 웃음은 그림자와 함께한다. 웃음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기도 하고, 나를 가리는 가면이 되기도 한다.


나는 웃음을 연구한다.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라, 나의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웃음 뒤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나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진짜 얼굴이 숨어 있다. 웃음은 빛이고, 그림자는 그 빛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웃음이 없다면 그림자는 사라지고, 그림자가 없다면 웃음은 허상이 된다.


거울 앞에서 나는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 그림자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나는 그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연구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웃음과 그림자는 함께 나를 이루는 두 축이다. 웃음은 앞모습이고 그림자는 뒷모습니다.


그림자가 꼭 빛 뒤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거울 속의 나를 연구하다 보면 빛과 그림자가 한 군데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천천히 늙으려고 웃을수록 얼굴에는 주름이 진다. 주름은 노화의 상징이다. 그런데 주름이 전혀 없는 젊고 어린 웃음은 어떤가? 웃음은 빛이고, 그림자는 어둠이다. 웃을수록 생기는 주림 밑으로 세월의 그림자가 자란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나를 발견한다.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다. 그러나 나는 묻는다. 그림자 속에서 나는 어떤 진짜 얼굴을 숨기고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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