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raosha Apr 20. 2023

학부모 상담....

고생 많은 아들

  아들이 영국에 와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것이 작년 9월, 이제는 8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공식적인 학부모 상담 일정이 잡혔다.


  지난번 학부모 상담에서 좋은 소리 일색에 질문할 틈을 주지 않아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하고 학교로 향했다. 지난 상담은 아내만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나도 들어가기 위해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우리 집의 일로 인해 상담에 들어가질 못하고 집으로 급하게 향했다.


  상담을 끝내고 돌아온 아내에게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영국의 학교가 전부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등하교 시 항상 교장 선생님(Head Teacher)부터 여러 선생님들께서 나와 아이들을 맞이하고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한 장면은 아니라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자꾸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가끔 나에게도 말을 걸기도 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담에 들어간 아내가 들었던 첫 한마디가 며칠 전 교장 선생님과 아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아들이 이 학교의 유일한 한국인이기도 하고, 정말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가만히 걸어만 다녀도 눈에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아내에게 아들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해 줄 것이 없다며 Brilliant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동네가 워낙 칭찬과 격려를 하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난번과 달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면서 꽤나 긴 상담시간을 가졌다.


  작년 9월에 영어를 못하던 아이는 어느새 Reading은 상급 수준이고, 수학, 그림 등 분야에서도 상당히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했던 이야기가 Good Mistake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아들은 또래에 비해 성숙한 편이라고 했다.


  Good Mistake가 뭘까?


  수업시간에 무언가 틀리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선생님이 개별로 알려주는 것인데, 통상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Good Mistake라는 표현을 쓴다고 했다. 그러니깐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봐야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에 따라 반응이 다른데, 우는 아이, 종이를 던지는 아이, 수정하는 아이 등이 있다고 했다.


  아들은 Good Mistake에 대해 수용도가 높고, 자리로 돌아가 수정한 다음 와서 확인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 애들은 다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이런 아이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선생님 말에 따르면 작년 9월의 영알못 아들은 이제는 학교에 적응한 수준을 넘어서 잘하는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쁘겠지만, 나와 아내는 아들의 멘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훨씬 중요했기 때문에 고작 6살인 아들의 학업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이에 대해 선생님께 말씀드렸을 때, 지난 6개월간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교장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잘 다가가고 말도 곧잘 하고 학교 생활을 누구보다 잘 즐기는 친구라며....(이게 아들에게는 스트레스일 듯)


  아들에 대해 다 알진 못하지만, 외향적이고 수용성이 높은 데다가 눈치가 빠른 편이라 학교에서 어떻게 하면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는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시간이 걸린 것뿐이지...


  난 이런 점이 싫었다. 한국에서도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고, 심지어는 손이 안 가는 아이라며 선생님들이 가끔은 걱정스러운 말도 했었다.


  게다가 나는 아들이 자신의 기분이나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연습이 잘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항상 고민 중이다. 여전히 오늘 어땠어라는 질문에 Good이라는 말 외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아예 바꿨다.


  아들! 학교에서 뭐 할 때 기분이 좋아?라고..


  아들은 이런 질문이 낯설었는지 잘 표현을 하지 못했다. 수용도가 높은 아들에게는 선생님이 이거 하라고 하면 그거 하고, 이거 할 시간이라면 이것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깐 자기 주도의 무언갈 하거나 기분을 막 표출하는 그 나이 때에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도 학교에 오면 무엇을 해야 되는지 아는 아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선생님께 이런 부분에 말씀드리긴 했지만, 딱히 답변다운 답변을 듣진 못했다.


  여하튼, 이 녀석이 학교에서 사교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기분이나 생각에 대해 표현하는 것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항상 즐거운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는 감정표현을 격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 녀석은 그럴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나중에 너무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을까봐 우려스럽다.


  그래도 학교 안 간다는 둥, 학교에서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일 없이 잘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항상 고맙다.

매거진의 이전글 Porto에 다녀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