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엔 아이가 하나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내가 바라보는 런던은 기본이 둘 이상이고 셋, 넷도 너무 많다. 런던도 아이 키우기 그리 쉬운 곳은 아니라는데, 어떻게들 낳아서 키우는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맞벌이인 우리에겐 아이 하나도 참으로 버거웠다.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아내와 나는 철저히 역할 분담을 했고, 등원은 엄마가, 하원은 아빠가와 같이 말이다. 아프기라도 하면, 그나마 회사 눈치 덜 보는 내가 시간연차부터 연차까지 종종 썼었다. 이러다 보니 아이를 하나 더 낳는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같이 놀아줄 또는 같이 시간을 보낼 누군가가 필요했다. 아빠와 엄마로도 충분하다고 말은 하지만 아무래도 형이나 동갑 친구들을 더 찾게 된다. 우리나라 놀이터에는 애들이 없어서 놀기 힘들었고, 여기는 남매나 형제자매가 같이 놀고 있어 쉽사리 끼어 놀지 못한다.
놀이터에서 아빠하고 놀지만 비슷한 또래가 아니니 즐겁지만은 않은 듯싶다.
ESOL에서 아이가 몇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하나"라고 하면 더 없냐는 추가 질문을 종종 받는다. 비슷하게 질문을 하면 보통 3명 이상이고 많으면 6명까지도 있었다. 아이는 아이들끼리 놀아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아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그 친구들에게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1~2명 정도이고, 요즘엔 1명도 꽤 많다고 했을 때, 놀랍다는 분위기였다. 뭐 1명이라서 편하겠다라든가 좋겠다는 말도 했다.
아들은 항상 그렇듯이 덤덤하게 이곳의 놀이터에서 혼자 있는 친구들에게 말을 걸며, 같이 놀기는 하지만 그 친구의 동생이나 형, 누나가 나타나면 찬밥 신세라 그때 아들의 표정은 씁쓸해 보인다. 다행히 1명인 경우에는 그 친구가 집에 갈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려고 해서 겨우 달래서 집으로 오지만 표정은 그리 즐거워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동생이 필요하거나 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내가 형이나 동생 있으면 좋겠다?라고 물어보면 혼자가 좋지라고 답한다.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내 물건을 누군가가 만지거나 가지고 가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말인지 가끔 의문이 든다.
어쨌든 항상 나보다 더 어른 같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나름 애라서 종종 투정을 부리는데 아직까지 난 그것을 잘 못 받아들이는 편이라 아들이 자고 나면 꼭 후회한다.
나중을 생각하면 아들이 외롭지 않을까라고 아내와 종종 이야기하지만, 아내는 어차피 10살 넘으면 친구가 먼저일 거니깐 10살까지만 잘해주자라며 걱정을 저 멀리 날려버린다. 게다가 여자친구 생기는 나이면 우리가 보이겠냐며 웃는 아내이다. 내 말은 우리가 없으면 홀로 남을 텐데 잘 지내겠지라는 말인데 괜히 진지하다며 욕이나 먹는 하루이다.
그나저나 어제도 학교는 파업이었다. 참 이곳은 파업을 자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지만 아들과 하루종일 있는 것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