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미쳤어요...!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강의나 정보를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기존에 브런치를 통해 발행된 글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브런치 플랫폼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방법 정도만 읽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한 번에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은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책, 책, 책
저는 평소에 책을 읽지 않지만 브런치에 글은 한번 써보고 싶어요.
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요.
물론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실패 없이 단 한 번에 선정되기 위한 방법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경우는 아쉽지만 배제를 하고 가겠습니다.
일단 브런치는 블로그와 특성이 다른 곳입니다. 단순히 글을 쓰는 플랫폼이 아니라
완성도 있게 쓴 여러 편의 글을 묶어서 책으로 출간할 가능성을 염두하고 쓰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쓰겠다고 다짐을 했다면, 당연히 평소에 독서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리사가 되기 위해 평소 맛있는 음식을 즐겨 먹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영화를 찾아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독서에 영 흥미가 붙지 않는다면 독서 모임에 참여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독서를 기록하는 어플을 사용해 일기를 쓰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한 달에 몇 권을 읽겠다', '매일 몇 페이지를 읽겠다'는 식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좋습니다.
독서를 습관처럼 하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실력이 늘고 사고력이 확장되는 것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서점을 자주 찾는 과정에서
도서시장의 흐름이나 유행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적어도 내가 관심이 있거나 글을 쓰고자 하는 분야에서
무슨 책이 출간되었는지, 어떤 작가들이 있는지 안다는 것은
나를 어느 위치에 두어야 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2. 티클모아 태산
저는 평소에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놓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메모를 그냥 저장만 해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글로 연결시켜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좋은데도 재미가 없는 이유
위와 같은 문장 하나를 메모장에 적어두었다고 해봅니다.
살다 보면 분명 좋은 내용의 강의, 수업, 도서임에도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을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위의 문장은 제가 몇 달 전, 실제로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메모로 옮겨두었던 것인데요.
저는 이렇게 메모장에 적어놓은 문장을 당일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완성된 글의 형태로 옮겨 적습니다.
이때 분량은 길지 않아도 됩니다. 단 두 세줄이어도 충분합니다.
분량보다 중요한 것은 완성된 글의 형태로 적어본다는 것에 있습니다.
때때로 쓰다 보면 생각이 확장되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적을 때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쓰기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평소에 자주 하는 문장 연습 방법이기도 합니다.
3. 나를 뒷조사하기
출판을 염두하고 글을 쓴다면 나와 비슷한 작가나 글이 존재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 이미 내가 가진 주제나 소재로 출간을 했다면
브런치에 선정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드는 것일 테니까요.
사실 이건 억울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빨리 써서 먼저 출간하는 사람이 임자입니다...(ㅎㅎ)
그렇다면 나의 차별화된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했던 방법 중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일단 내가 가진 특성을 무한대로 나열해 봅니다.
마인드맵 형태로 그려도 좋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도 좋습니다.
형사가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며 뒷조사를 하듯,
혹은 냉장고에 있는 반찬 뚜껑을 하나씩 열어보는 느낌으로 가보는 겁니다.
성별, 나이, 사는 곳, 성격, 취미, 특기, 인간관계,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약한 것 등.
이 중 몇 가지의 경우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도 좋습니다.
내가 미처 몰랐던 지점을 짚어줄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나에 관한 정보를 조립하듯 연결해 봅니다.
이런 성별과 나잇대의 사람 중에서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곳에 사는 이런 취미를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이렇게 하나씩 조립을 하다 보면 굉장히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튀어나옵니다.
어색하고 낯선 것끼리 조합할수록 더욱 좋습니다.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단 하나뿐이기에
누구나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 제조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숫자로 말하기
브런치 신청을 할 때는 자기소개 300자를 써야 합니다.
자기소개에는 앞서 발굴했던 나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넣으시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심사하는 이의 시선에서 최대한 눈에 띌 수 있도록, 혹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숫자로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임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건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방법인데요.
어떤 사람이고,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무슨 공부를 했고, 어디에 살고 하는 식의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기보다는 이렇게 써보는 겁니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됐어요. -> 독립한 지 3년 됐어요.
졸업 후에는 기자로 일했어요. -> 기자로 일하면서 100명을 만났어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 편의점에서 일한 시간은 총 5680시간.
브런치에서 심사를 하는 분은 저를 만나지 않고 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를 보여줄 때 모호한 말잔치를 벌이기보다는
확실하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랬을 때 나라는 사람을 좀 더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다음은 제가 실제로 제출했던 저의 소개입니다.
굳이 300자를 다 채우지 않았습니다. 다만 숫자로 저의 이력을 보다 쉽게 표기했고
그 이외의 제 정보는 간단히 썼습니다.
"효정 씨는 글 쓰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네요." 얼마 전, 면접장을 나오면서 알았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취업 시장에서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무력해졌습니다. 말라비틀어진 비스캣처럼 납작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 글 쓰는 게 유일한 능력이라면 그걸로 무슨 일이든 벌여보자."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브런치였습니다. 문예창작을 전공한 뒤 10여 년간 먹고살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서른 중반이 된 오늘, 언제 녹을지는 몰라도 빙하 위에 제 이야기가 담긴 얼음집 하나를 짓고 싶습니다.
-10여 년 간 기사 및 보도자료 1000여 건 작성
-신간 도서 담당 기자로 4년 간 100여 명 인터뷰
-스타트업 2곳과 와디즈 2건 펀딩 각 100% 이상 성공
-2022년 한 해 동안 혼자서 작성한 청년지원사업 계획서 3건 모두 선정
대학에서 문예창작으로 시를 전공한 뒤, 줄곧 먹고살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서른 중반이 된 오늘, 언제 녹을지는 몰라도 빙하 위에 제 이야기를 녹인 단단한 얼음집 하나를 짓고자 합니다.
보기에 어떠신가요? 만약 브런치를 심사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가정한 채로 읽어보면
어느 것을 고르시겠어요?
실제로 첫 번째는 제출하기 전에 처음으로 썼던 내용이고, 두 번째는 최종적으로 제출한 내용입니다.
저 역시 처음 자기소개를 쓸 때는 어떻게 하면 제 소개를 간결하게 잘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에 지원한 계기를 취업에서의 어려움과 관련된 짧은 일화로 풀어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자기소개로 제출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다 보니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는 것, 10여 년간 먹고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 서른 중반이라는 사실 정도입니다.
어떤 글을 얼마나, 어떻게, 어디에 써왔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기에
선뜻 저에 대한 신뢰감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자기소개는 다릅니다.
좀 전에 언급한 세 가지의 객관적인 정보 이외에도
제가 그동안 어떤 글을 쓰며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한 성과를 대략적인 숫자로 설명했습니다.
그렇기에 저를 만나지 않았음에도
"아, 이 사람은 지금까지 이런 글을 써왔구나. 그럼 책을 쓰는 것도 잘하겠네."
라는 판단과 신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본인을 소개할 때 스토리에 집중하느라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정보와 수치, 성과 등을 보여주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나에 대한 확신
브런치를 신청할 때는 자기소개와 더불어 내가 쓸 책에 대해 300자로 미리 소개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때, 가장 좋은 소재와 주제는 내가 이미 갖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그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앞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앞서 말한 과정을 이미 거쳤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이 생각한 책의 구성을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책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인데,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주제, 소재, 목차, 그리고 책의 제목.
책의 주제를 정할 때는 자신에게 가장 절박한 것으로 찾아보세요.
특히 그것이 오래됐을수록, 그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좋습니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가 나와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썼다고 해도 좋습니다.
그 화두가 나에게 진심으로 절박하고 중요하다면
분명 다른 사람이 갖고 있지 않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그저 유행과 흐름을 따라 이야기를 좇다 보면 혹여 브런치에 선정이 되었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글을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몇 번 쓰다 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거든요.
가장 좋은 이야기는 내가 이미 갖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자신에게 절박한 것을 찾아보세요.
여기에 예시로 제시할 글 3개는 주제에 어울리는 내용만을 작성했습니다.
1. https://brunch.co.kr/@egloo/1
2. https://brunch.co.kr/@egloo/2
3. https://brunch.co.kr/@egloo/3
다음은 제가 실제로 작성했던 책소개입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숫자는 중요합니다.
'우아하게 도망치고 발칙하게 살아남는 법' (가제)
제가 살아온 길은 '탈출하기' 혹은 '도망치기'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집, 회사, 관계, 권력, 제도, 돈과 생활로부터. 또한 저의 한계로부터. 책에는 2개의 축(우아하게 도망치기, 발칙하게 살아남기)이 있습니다. 전자에는 알록달록한 탈출 에세이 30편을, 후자에는 저를 닮은 명랑한 재질의 시 20편을 쓰겠습니다. 목차는 돈(일, 생활)/집(부모님, 가족)/몸(연애, 사랑, 섹스)/신(종교, 제도)으로 각 주제에 해당하는 탈출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 선정은 한 번에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쌓여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내용이
모든 분에게 정답처럼 해당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 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합격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제가 쓴 방법이 본인에게 어색하고 낯설고 힘들다면 굳이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적용하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 경험을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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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신나서 마구마구 더 알려드립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