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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루 Sep 12. 2024

퇴애사 일기

갑자기 백수가 되었는데요

입사를 앞두고 열었던 브런치를 1년 반이 지난 지금,

퇴사를 하고 나서야 다시금 시작하게 되었다.

무슨 말로 글을 열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백수가 되었다는 것.  


일주일 전, 갑작스럽게 맞이한(?) 퇴사 덕분에 최근의 나는

홀로 눈물을 쏟다가 멍하게 있다가 화를 내다가 깊은 새벽이 되어서야 잠에 든다.

정리되지 못한채로 쌓인 빨래와 수북한 배달용기들,

회사에서 가져온 뒤로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 사무실 짐들까지.

몸도, 마음도, 집도 모든 것이 엉망이다.


퇴사 직전, 그러니까 나는 당시 벌어진 일에 화가 났고, 억울했고, 답답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잘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회사와 다투고 권고사직이 결정되자 곧바로 짐을 싸서 나왔던 날.

내가 느꼈던 감정은 모멸감과 수치심이었다.

나를 향한 비난의 손가락질 사이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기분.

누군가에게는 화가 났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했다.

이렇게 되어버린 상황이 너무나도 슬프고 무력했다.


퇴사 이후, 며칠간 나를 찾아온 감정은 우울함.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서 괴로웠다.

퇴사라는 결정을 해버린, 혹은 당해버린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후회가 되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판단이 잘 되지 않았고, 혼란스러웠다.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최근에 든 감정은 불안이다.

계획에 없던 퇴사로 인해 부서진 케이크처럼 덩그러니 놓인 내일 그리고 내일.

어떠한 색도 냄새도 없는 두려움이 나를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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