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독 한 달 리뷰
직장인으로서 야간(주말) MBA를 고민 중인 분들이라면 간접 체험의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리얼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9월 한 달여간의 시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휘모리장단과 함께 쉬지 않고 달리다.”이다.
9월에 개강을 하고, 오늘이 9월의 마지막 날이니, 한 달이 지났다. 한 달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 Real busy
직장인, businessman이 아니라 busy+man 이다.
학업도 학업인데, 9월 한 달은 회사 일이 너무 많았다. 중요한 보고 일정이 연달아 잡혔고, 야근과 주말 출근이 이어졌다. 3주간 평일에는 야근하고, 토요일은 학교에 가고, 일요일은 출근하다 보니,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 보기도 어렵다. 특히 아이들은 자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평일 야간수업
야간 수업은 수요일에 1교시(7시~8시30분) 수업 하나만 듣기로 하였다. 원래는 수요일에 2교시(9시~10시30분) 수업도 들으려고 하였으나, 결국 포기하였다. 첫 번째 평일 야간 수업 날은 정말 힘든 날이었다. 전날 늦게까지 회식을 하여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프게 아침을 시작하여, 하루종일 위와 아래로 치인 하루였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긴급 과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퇴근 무렵에 팀원들에게 “미안한데, 어디 다녀올 데가 있어서, 이것까지 하고 있으면 밤 9시에 같이 리뷰하자.”라고 말을 하고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퇴근 후 1교시(7시~8시30분)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간식(햄버거 세트)을 먹고 다시 회사에 갔다. 학교의 간식이 남아서 야근하고 있는 2명을 위해 햄버거세트를 들고 회사에 들어갔다. 9시에 회사에 도착하여, 이미 지쳐있는 팀원 2명에게 햄버거를 건네고, 같이 1시간 리뷰를 하고 먼저 집에 들여보냈다. 그리고 나선 혼자 남아 보고서를 고치다 보니 어느덧 자정을 넘기고 회사에서 나올 수 있었다. 주중 야간 수업 첫날은 이렇게 impact 있게 지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건, 회사와 학교가 가까워서 택시로 1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는 것….
토요일 수업
토요일 수업은 전반 8주, 후반 8주로 나뉘는데, 전/후반 모두 1교시(오전 3시간30분), 2교시(오후 3시간 30분) 수업으로 꽉 차게 신청하였다. 아무래도 직장인으로서 평일 야간에 학교에 오기 어려운 상황들을 염두에 두면, 토요일 수업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중간에 1시간의 중식시간이 있는데, 학교에서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해 준다. 오전 수업까지는 그래고 괜찮은데, 오후 수업시간은 피로가 몰려와서 카페인의 힘으로 버틴다. 카페인도 한계가 있어서 손가락을 지압하며, 쏟아지는 피로를 버티며 수업을 듣는다. 한 주간 회사에서 바쁘게 보내고, 토요일 오전도 3시간을 넘는 수업을 듣고 식사까지 하였으니, 몸이 쉬겠다고 난리를 칠 만도 하다. 원래는 학교에 온 김에 2교시 수업을 마치고, 공부도 하고 귀가하려고 하였으나, 5시에 수업을 마치고 나면, 이미 머리는 꽉 차 있고, 몸에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토요일 5시에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은 마음이 뿌듯하다. 내가 선택한 학업이고, 나는 누구보다 충실히 하루를 보냈다.
과제
교수님에 따라 수업의 난이도는 다르다. 강의계획서를 보면 과제가 많고 중간/기말고사가 모두 있는 수업도 있는가 하면, 과제도 없고, 중간고사도 없는 수업도 있다. 내가 선택한 수업 중 가장 빡센(?) 수업 하나는 매주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 영문으로 된 Harvard business review를 읽고, 리포트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바쁘게 살다 보면 시간을 쪼개어 쓸 수밖에 없다. 출퇴근하는 버스에서도, 점심시간에도 혼자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며 과제를 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반차를 내고 학교에 가서 과제를 한 날도 있다. 휴가를 내고 공부를 하는 삶. 이것이 직딩 MBA 재학생 삶의 단면이다.
이제까지 우는 소리를 하였으나, 그래도 좋은 면도 있다.
# 한 달간 얻은 것들
새로 사귄 지인들
토요일 점심에 원우들과 함께 식사도 하고, 중간 쉬는 시간에 차도 마시면서 서로 힘을 얻는다.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이라 조금 어색하지만, 개강총회에서 보니 윗 기수 선배들끼리는 매우 친해 보인다. 같은 환경에서 서로를 가장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서로 이해관계는 없이 만난 사이, 그리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의지하는 관계이다 보니 친해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새로운 지인들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모두들 나 같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여 학업을 하는 에너지가 많은 분들이다 보니,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얻게 된다.
배움의 즐거움
이렇게 여유 없는 짬을 내서, 어렵게 수업을 들었지만, 수업시간은 위안이 되었다.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 오롯이 나의 발전을 위한 배움은 나에게 힐링이 된다.
MBA 교수님들은 대부분 베테랑 교수님들인 것 같다. 한 수업의 강사님은 겸임교수로 국내 4대 대기업 중 한 곳에서 33년간 근무하셨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셨던 분… “Global 경영전략”이라는 주제로 16주 동안 사례위주로 실전 교육을 시켜주시겠다고 한다.
한 회사에서, HR업무 하나만을 하여온 나인데, 수업 중에 다양한 회사의 사례를 배우는 것, 인사가 아닌 다른 업무를 배우는 것(특히 나는 전략 관련 수업들이 재미있다)은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나의 시야를 넓혀 준다. 플랫폼 기업들의 사례와 AI로 인한 산업의 변화를 배우며,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인사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고민이 많아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HR의 역할은 무엇일까? 나는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 과거의 선배들처럼 회사만을 믿고 주어진 일만 충성해서 한다고 출세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주어진 일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야 당연히 하겠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와 모색은 끊임없이 해야 할 것 같다.
바쁜 한 달이었지만, 뿌듯한 한 달이었다. 혹시 이 글을 읽은 분들 중에 MBA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적극적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