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A 부작용 :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
바쁜 삶을 사는 것은, 어떻게 보면 나의 운명인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 학업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오늘은 MBA를 하면서 경험하는 부작용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그것은 성공 스토리를 간접 경험함으로써 오는 현재 위치에 대한 Question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둥둥 뜬 마음‘이다.
아직 총 4학기 중 1학기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수업에서 Case Study를 하면서 참 많은 기업들을 (간접적으로) 만났다.
Netflix, Air B&B, Youtube, Uber, Google, 3M, Amazon, eBay, Etsy, Cocacola, My real trip, South Western airline, 쿠팡, 태양의 서커스…
최근에 배운 기업사례들이다.
성공한 회사의 출발, 도전, 성취, 좌절, 극복을 개괄해 보면서 경영전략을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사후적으로 성공한 결과를 알고 있는 현시점에서 볼 때, 성공한 기업들의 당시의 선택이 맞지만, ‘만약 내가 그들이 있던 시점으로 회귀하여서 많은 압박을 견디며 그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위대한 기업의 창업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새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중 주간에는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하고, 주중 야간 1~2일과 토요일 온종일 MBA 수업을 병행하면서 보낸 지난 몇 달을 돌아볼 때, 나에게 가장 큰 부작용은
성공스토리를 보면서 ‘문득 나의 현재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일까? 혹은 문제가 아닌 좋은 점일까?
“얼마를 벌면, 현재의 일을 그만두고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떠날 건가요?”
수업에서 처음 만난, 이전에 다양한 회사를 창업하면서 CEO를 하셨던 교수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부분 학생들은 50억~200억의 금액으로 답변을 하였다.
학생들의 답변을 칠판에 기록한 후 교수님은 잇달아 두 번째 질문을 하셨다.
“여러분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하면, 각자 말씀하신 금액의 돈을 벌 수 있나요?”
그리고, 교수님께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대답할 틈도 없이 스스로 답변을 하셨다.
“여러분들이 지금 하는 일을 한다면, 그 돈은 벌 수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임원을 하고 오랜 기간 투자를 잘한다면 근접할 수도 있겠으나, 거의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목표금액을 낮추거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 중에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창업’입니다.“
교수님은 6번의 창업을 했고 3승 3무라고 스스로 평가하시며, 은퇴한 지금도 취미 삼아 7번째 창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한다.
풍선에 바람이 들어간 듯 잔뜩 바람이 들어간 나는, 무게를 잃고 공중에 둥둥 떠 있다. 자리에 진중하게 앉아 주어진 업무에 몰두해야 하는데, 마음이 공중에 떠 있다. 이것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전혀 예상치 못한 MBA의 부작용이다.
지극히 평범한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조금 부족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대학교 학자금 대출금도 과외, 아르바이트, 장학금, ROTC 봉급으로 갚고, 취업하여 사회생활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는, 감히(?) 창업이라는 자본과 용기가 필요한 일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
실제로 MBA를 하는 분들 중에는 창업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는 분들과, 부친이 창업한 회사를 물려받으려고 경영수업을 듣는 자제분들도 일부 있다.
이처럼 둥둥 뜬 마음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이끌지,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칠지는 알 수 없다. 미래의 나는 알고 있겠지…
중국 출장길, 비행기에서 타서 둥둥 떠올라, 구름을 내려다보며, 둥둥 뜬 나의 마음을 모처럼 기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