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리뷰 & 1부 마감
매우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적는다. 지난 한 달의 시간은 폭풍처럼 바쁜 시기였고, 도저히 브런치에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MBA 1학기를 마무리하였다. 총 4학기 중 1학기를 마쳤다는 건 25%가 아니라 50% 이상 마친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시작이 반’ 이어서만은 아니다. 학부에서 수강하여 이수면제를 받은 과목 4학점과 이번 학기에 수강한 14학점을 합치면 18학점이다. 졸업을 위한 학점인 45학점에서 졸업논문 3학점과 방학에 진행될 글로벌세미나 2학점을 뺀 40학점의 절반에 근접한 학점을 이미 이수하였다. 남은 학기들은 조금 여유롭게 들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비싼 학비를 생각하면, 많이 배워야지…라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에는 수강 과목도 많았지만, 오랜만에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그동안 잠자던 학구열이 타올라서 학업에 너무 열중했었던 것 같다. 사람은 적응을 매우 잘하는 동물이다. 적응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중요한 요소이고, 적응으로 인해 시작 전의 두려움과 낯설음은 사라졌으나, 적응은 사람에게서 설레임을 빼앗아가기도 한다. 처음 MBA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의 고민들, 두근두근 설레던 마음들, 첫 수업을 들으며 지식이 채워지는 만족감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매우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을 때, 나는 업무와 병행하며 Report와 시험공부에 지친 직장인+대학원생이 되어 있었다.
MBA 1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중간 Review로 간략히 직장인 MBA의 Pros & Cons를 적어보려고 한다.
Pros : 지식, 교류, 마음의 확장
+ 지식 : 지식의 넓이가 넓어졌다. 물론 MBA가 아니고도 독학(독서,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것들을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나 MBA 수업은 필요한 지식의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주는 기분이다.(아직 1학기 밖에 안 했지만…) 나의 경우 기존에 HR 업무 만을 15년간 해오면서, 지식의 깊이를 굳게 하였으며, HR 업무 내에서의 지식의 넓이를 넓혔으나, 업무 지식에 대한 Boundary가 존재했었다. 수업을 통해 전략, 회계, 마케팅 등 다른 업무의 분야와 AI, 플랫폼, 생명공학 등 최근의 Trend에 따른 지식을 골고루 습득할 수 있었다.
+ 교류 : MBA 동기들과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 그리고 교수님과의 교류도 MBA에서 얻은 수확 중 하나이다. 저마다 직업과 살아온 경로는 다르지만, 같은 고민 끝에 같은 시간 대에 같은 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사람들, 공감대는 많으면서 이해관계는 없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으니 교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다. MBA 원우들과의 만남 중 ‘같음’에서 공감대를 느끼고 서로 의지하게 되며, ‘다름’에서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다.
+ 자신감 & 열린 마음 :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삶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 더 열게 된 기분이다. 인생을 등산으로 비유한다면, 나는 1개의 산의 정상에 오르고자 1가지의 정해진 등산로로 등반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MBA를 통해 다양한 등산로로 나와 같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만났고, 또 내가 오르는 산이 아닌 다른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만났다(직접 만나기도 했지만, Case Study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기도 함). 이를 통해 마음이 넓어졌다도 해야 될까? 정해진 등산로를 이용하여 앞만 보고 등반을 해오던 내 인생에서 시각이 넓어진 것 같고 가능성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사실 이는 어쩌면 부작용일 수도 있다…)
Cons : 시간, 비용의 소모
- 시간 : 직업을 유지한 채 MBA를 한다는 것은 경력단절 없이 지식을 습득하고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Saving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은 유한하다. MBA를 더 한다고 해서 나에게 시간이 더 주어지지는 않는다. 직장인 MBA인의 시간은 ‘직업, 학업, 수면’으로 3등분 된다. 직업과 수면을 제외한 시간에 ‘공부’라는 시간을 더한다는 것은, 다른 활동에 쓰던 시간을 빼낸다는 것이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 그리고 취미 활동에 써오던 시간을 희생할 수밖에 없다.
- 비용 : MBA를 선택할 때, 시간과 더불어 고민하게 되는 포인트인 비용이다. MBA 학비는 꽤 비싸다. 물론 재산이 많은 넉넉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겠지만, 외벌이 가장으로 딸 두 명을 포함한 4인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러나 이미 MBA를 선택했을 때 이미 결정하였고, 훗날 ROI(Return on Invest)가 클 것이라고 자기실현적 예언을 하면서 학비를 한번 내고 나면 그만이다. 그리고 앞선 글에서 다루었지만 한국장학재단에서 10년간 1.7%의 고정금리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으니 당장에 큰 부담은 없다.
MBA를 시작했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한 것은 아니다. 나의 몸값이 부풀어 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시 MBA를 할지 말지 고민하던 과거의 내가 지금 내 눈앞에 있다고 하면, 나는 과거의 나에게 ‘그만 고민하고 그냥 해’라고 말할 것 같다. 요즘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면서 가지게 되는 생각은 ‘하고 싶은 건 그냥 하자’이다.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2023년에 나는 용기 있는 선택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 ‘직장인 야간 MBA 도전기‘는 잠시 휴재하며, 방학 동안에 학기 중 과제로 제출하였던 Report들을 다시 소화하면서 ‘경영학 노트’ Magazine에 담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