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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있는 스텔라 Apr 23. 2024

인생은 고기서 고기

인생 소고기를 맞본 여자

인생은 고기서 고기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명언(?)이다.  맞다. 특히 한우가 그렇다.

나는 이 말을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 고기에서 시작해서 고기로 끝나는 걸로 이해했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며 서로의 유대를 느끼는 시간이야 말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맛있는 식사에 소고기는 아주 합당한 음식이다.


며칠 전의 일이었다. 남편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신발 신어나가지~"

"어디 가는데? 너네 소원대로 한우 먹으러 가자~"

"왐마? 웬일이래?"

작은 아이가 놀라서 웬일이냐고 반문했다.

작은 아이의 말투가 귀여워 우리 부부는 웃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에게 양질의 고기를 먹이고 싶었던 남편이 괜찮은 곳을 발견했다고 했다.

남편은 ISS(Internet Searching Specialist-인터넷 서칭 전문가)다.

특유의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이 품질이 좋은 최저가의 물건을 찾아난다.

그래서 무언가를 사거나, 예약할 때 남편에게 맡기는 편이다.

어쨌든 신랑이 검색한 곳이라면 묻지도 따지지 않고 오케이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소고기 정육식당이다. 초저녁 시간이지만, 작은 식당은 이미 만석이다.

잠깐의 대기 후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시킨 고기는 살치살이었다.

작은 화로에, 소고기 4점을 올려, 타다끼처럼 살짝 익혀 먹었다.

아이들은 이내 소리를 질렀고, 고기는 순식간에 입에서 사라졌다.

아들은 넘쳐는 도파민을 주체하지 못하고 박수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귀여운 아들의 모습에 우리 부부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우리는 순차적으로 채끝살과 안심을 먹었다. 물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맛만 본다는 생각으로 먹었다.

아이들의 너무 좋아했기에, 아이들에게 더 많이 고기를 건넸다. 내가 누군가에서 소고기를 양보한다 건 정말이지 있을 수 없는 일지만, 그렇기에 그 사랑이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잠시 후, 남편이 사장님께 안창살 주문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안창살은 갈비뼈 안쪽에 붙어있는 두꺼운 횡격막 부위로 소 한 마리에서 1.2k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이다. 고깃집 사장님은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우리는 오늘 처음으로 안창살을 영접했다. 여태까지는 나는 어떤 고기를 먹어왔던 것일까?

분명히 유명한 고깃집도 가보았고, 시켜서 먹어도 봤지만, 이런 고기는 처음이었다.

촉촉한 고기의 식감이  씹을수록 육즙이 파바바방 하고 터져 나와 순식간에 입안에서 사라졌다.

더 먹고 싶었지만,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양보했다.

계산하는데 고깃집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창살 맛있지요? 애들이 맛있는 건 더 잘 알아요~"

"네~ 사장님 덕분에 좋은 고기 잘 먹고 갑니다~"

기분 좋은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안창살을 먹으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데, 오져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 입에 계속해서 맛있는 걸 넣어주고 싶어졌다.

인생은 고기서 고기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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