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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있는 스텔라 May 11. 2024

아빠! 이렇게 피가 차가운 사람이었어

시비 거는 아들과 불의에 응수하는 딸을 가진 여자

저녁시간의 일이었다. 저녁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것도 한우 등심으로다가...

서로 많이 먹겠다고 다짐을 하는 아이들은 아마도 나를 닮은 것 같다.

큰 접시에, 고기를 구워 내주고, 한우 등심의 짝꿍인 자박자박 된장찌개를 뜨고 있었다.

하이톤으로 갈라지는 둘째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먹어! 같이 먹어야지!"

속도가 빠른 오빠가 급하게 고기를 먹는 것이 불만이 딸아이가 소리치고 있는 중이었다.


"아우! 정말 먹는 걸로 그러는 거 아니야~ 여기 고기 많이 있어 부족하면 또 구워서 먹으면 돼!

 가족끼리는 서로 나눠 먹는 거야! 안 먹고 말지 먹는 걸로 싸우는 거 아니야!!"

그러자, 딸아이가 나를 보면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놀리려고 일부러 막 먹는 거야!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이 소동을 지켜보고 있던 남편이, 아들과 나에게만 무언가를 하려는 듯 윙크를 하며 말했다.

"안 되겠다. 오빠 입양 보내야겠다. 중학생인데 동생이랑 이런 걸로 싸우고 안 되겠어.

 엄마 아빠 없으면 너희만 남는데, 서로 위하고 지켜줘야지! 안 되겠어! 엄마 당장 입양하는데 전화해 봐"

남편은 연신 딸아이가 안 보이는 위치에서 우리에게 윙크를 했다.


놀란 딸아이의 눈이 커지고, 갑자기 아빠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하면서 나왔다.

딸아이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서 남은 고기를 천천히 먹고 있었다.

"엄마! 고기 더 구워죠. 오빠도 먹어야 하니까..."

"응. 안 그래도 지금 열심히 굽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조용히 남편이 내게로 걸어와서 말했다.

"안방에서 나한테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래? 그러는 건 아니래?"

"아빠! 이렇게 피가 차가운 사람이었어?  장난 좀 쳤다고 입양을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웃다가 중심 잃고 주저앉았다.


남자 형제가 없는 나는 왜 이리도 남매가 매일 티격 태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유 없이 계속 놀리는 아들과 그때마다 불의에 항거하듯 응수하며 억울해하는 딸이 왜 이럴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 딸아이의 답변을 듣고 보니, 짜증은 나더라도 서로에 대한 유대가 깊다는게 느껴졌다.

피가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은 우리집 유행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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