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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생에 내 시어머니였을까

그녀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녀는 친탁의 끝판왕이다. 그녀는 거침없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원하는 바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관철시킨다.


분주한 어느 날, 아침이었다.

"요즘 왜 그릭 요구르트 안 만들어줘?"

"그거 먹고 싶어? 지난번에 만들었을 때, 잘 안 먹길래 한동안 안 만들었지..."

사령관 같은 그녀의 태도에 압도되어, 변명처럼 주저리 그동안 만들지 못한 사연을 읊었다.

이상하게도 그녀에게는 엄마를 움직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혹시 그녀는 전생에 내 시어머니였을까?


어쨌거나, 그녀의 요구대로 그릭요거트를 만들기 위해 대용량 우유를 사 왔다. 마시는 비피더스 요구르트 한 병과 흰 우유 1000ml를 요구르트 통에 넣고 섞었다. 이제 요구르트 메이커에 넣고, 10시간 저온숙성을 한다.

10시간이 지나고, 되직해진 요거트를 유청 분리기에 넣고, 유청과  분리한다. 진한 그릭 요거트를 원한다면 유청분리기에 넣고, 하루 정도 있으면 무게에 의해서 단단하고 진한 요거트가 만들어진다.

집에서 만든 그릭요거트는 부드럽고 점도가 높아서 진한 생크림 같다. 만들어진 요거트에, 블루베리나 견과류를 넣어서 먹으면, 한 끼로 충분한 영양 간식이 된다. 단맛을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약간의 꿀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그릭요거트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샐러드에 소스처럼 얹어 먹어도 좋다. 또, 과일과 함께 얼려서 아이스크림 처럼 먹어도 좋고, 무화과나 복숭아에 꿀을 뿌려 먹으면, 브런치집 메뉴 저리 가라이다.


그러나, 그릭 요거트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유청으로 분리되어 나가는 양이 많아서, 1000ml 우유 한통을 만들면 200-300ml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첨가물 없이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계속 만든다. 요거트 만드는데 시간이 꽤 걸리므로, 그녀가 계속해서 찾아대면, 그 주간은 그릭요거트 주간이 된다. 매일 요거트를 만들고, 유청을 분리하고, 통에 담는 일은 반복한다. 일주일에서 열흘정도를 하다 보면, 그녀는 더 이상 요구르트를 먹지 않는다. 그러면 대략 3-4주간 휴식기를 갖는다.


사령관 부름이 있을 때까지 단기간의 휴식기를 갖는 셈이다. 그 사이에 그녀는 다른 음식을 요구할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전생에 내 시어머니였음이 틀림없다. 아니, 사령관이나 교관이나 대충 뭐 그런 관계였을 것이다. 앞으로도 그녀는 나를 계속 발전시키고, 더 높은 단계에 이르도록 요구를 할 것이다. 그녀에게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 나의 그녀는 그게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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