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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가득위로가필요해-그집며느리는만두배우기전에시집갔나보죠

갓 쪄낸 애호박만두를 한입 베어 먹으면, 입안 가득 터지는 육즙과 설겅설겅한 호박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달금하고 향긋한 맛을 낸다. 만두소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와 약간 질퍽한 식감은 씹으면서 호박의 부드러운 즙이 고루 퍼지며 자연스럽게 중화된다. 그렇게 어느새 만두 하나가 사라져 버린다. 시집와서 배운 만두이지만, 어느 순간 나는 만두의 달인 되어 있었다. 며느리 표 만두를 배부르게 드신 아버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제 그만이야. 더는 못 먹겠어.”

그러면, 나는 아버님을 하나라도 더 드시게 하려고 말했다.

“아버님. 그거 고만 아니에요. 호박만두예요. 그러니까 한 개 더 드셔요.”

(우리는 고기 만두를 줄여서 고만이라고 하고, 김치만두를 줄여서 김만이라고 했다.)

만드는 재미와 방금 쪄서 바로 먹는 재미. 그리고 그 사이사이 채우는 농담들로 마음이 달래지는 애호박만두였다. <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그 집 며느리는 만두 배우기 전에 시집갔나 보죠 중에서>


생각이 많을 때면, 만두를 빚었다.

양파를 다지고, 버섯을 다지고, 마음도 다진다.

만두 빚을 때도 정성을 다해 모양을 낸다.

그러면 삐뚤어진 마음도 다시 고와질 듯해서...

이제 만두 몇백 개씩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아버님의 특훈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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