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시어머니의 기제사가 있던 날이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집은 명절 제사를 없앴다.
다만,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제사는 꼭 하기로 했다.
그날만큼은 모두 모여서 음식도 만들고, 그간의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가신 분들을 생각한다.
17년 며느리 생활은 몇 년 전에 끝났지만, 의무가 아닌 일종의 의리인 셈이다.
제사준비는 몸에 배어서 인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이 반응한다.
재료는 뭐가 필요한지 양은 얼마나 필요한지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움직인다. 장 볼 때 메모조차 거의 보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는 멀리는 대형 마트로 가서 대용량의 공산품을 사고, 하루는 가까이 있는 농협에 가서 신선한 농산물을 사 왔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제사를 준비했다. 생전에 치아가 안 좋으셨던 시부모님을 위해 도라지는 아주 잘고 길게 다듬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여전히 잘게 다듬었다. 국에 들어가는 고기도 편으로 얇게 썰었다. 국밥집 수육처럼 얇디얇게 편으로 썰었다.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여전히 몸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손이 몹시도 큰 며느리인 나는, 오늘도 대바구니 한가득 전을 부쳤다.
어느덧 상차림이 완성되었고, 모두가 모여서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조용히 내 책을 제사상 끝 시어머니 자리 옆에 올려두었다. 시부모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왠지 좋아하실 것 같았다.
19년 전 결혼식장에서 초조하게 신부입장을 기다리던 내게 해사한 미소를 지어주셨던 시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처럼 환하게 웃어주실 것 같았다. 그동안 기제사를 지내면, 시어머니께 우리 가족 건강하게 잘 살도록 봐달라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그냥 툭하니 책만 올려두었다. 내심 어머니께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시어머니는 다 알고 계실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느낌이 이런 건지도 모르겠다. 어머니를 추억하는 나만의 애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