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내버린 톰 아저씨
우선 톰 크루즈가 이번 작품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바는 <탑건: 매버릭>과 일맥상통하다고 느꼈습니다. 무인기는 인간 파일럿을 대체할 수 없고, 다가오는 AI시대는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더 큰 위협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쏟아지는 정보의 늪에 빠져 무엇이 진실인지도 모른채 알고리즘이 원하는 대로 행동을 강요받는 우리에게 아날로그의 황제이자 마지막 할리웃 슈퍼스타가 날리는 경고라고 볼 수 있겠죠. 화려한 CGI로 관객을 편하게 눈속임하기보다 가장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극장 경험을 선사하고자 매 순간 고군분투하는 그이기에 더욱 와닿는 메세지인 것 같습니다.
이는 어쩌면 톰크루즈가 신에게 전하는 메세지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60대에 접어든 그가 갖가지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소화하면서 야속한 세월과 그의 신체적 역량의 한계에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드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60대때는 다수의 여성을 사랑할 수도, 목숨을 건 스턴트를 밥 먹듯이 소화할 수도 있음을 몸소 보여주며 사회적인 통념을 깨부수고 특정 나이에 국한된 특정한 삶의 모습을 부정하면서 "내 인생의 결말은 내 손으로 쓰겠다" 라는 의지도 보이는 듯 합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십자가 모양을 한 열쇠는 우연의 일치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체는 없지만 어디에나 존재하는 AI가 진실을 조작하고 인간의 모든 행동과 결정을 계산하고 조종한다는 플롯은 단순히 핵폭탄으로 인류를 몰살시키는 단순한 계략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고 현실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시리즈에서 미션을 수행할 때 쓰이던 디지털 장비들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팀원들 간의 믿음, 그리고 세상에 전하는 선한 영향력을 통해 미션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을 것입니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들만이 우리가 직면한 AI로부터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했습니다.
아쉬웠던 부분이 하나 있다면 플롯 전개가 다소 과하게 꼬인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탑 건: 매버릭>이나 전작인 6편 폴아웃이 보여줬던 완벽한 리듬을 생각하면 더욱 그런데, 상당히 많은 퍼즐 조각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대부분은 잘 맞아 떨어졌지만 그 과정에서 살짝 루즈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복잡한 플롯을 장면 하나하나로 풀기엔 컷들이 포화 상태이고, 결국엔 대사로 다 풀어내려다 보니 투박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두 파트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톰과 맥큐가 유능한 스토리텔러들인 만큼 캐릭터 빌딩도 완벽합니다. 5편부터 매 작품마다 매력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을 소개해왔는데, 헤일리 앳웰 역시 예외 없습니다. 헤일리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중이 크고 외모와 연기력에서 오는 매력은 그야말로 치명적입니다. 작품 홍보활동에서 자주 보기 힘들었던 레베카 퍼거슨의 캐릭터가 좀 많이 축소된 것이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지만 헤일리 앳웰 정도면 앞으로의 프랜차이즈를 이끌어갈 차세대 여성 리드로써의 자질이 충분한 것 같습니다.
결론은 "톰 크루즈가 또 한번 해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또 하나의 수작이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전통과 관례를 하나씩 없애며 끝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톰 크루즈와 크리스 맥쿼리는 이시대가 낳은 가장 영리한 스토리텔러들이자 영혼의 단짝, 서로의 뮤즈가 아닐까 하는 확신을 또 한번 주는데에 이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 빌딩, 확실한 메세지와 여름 블록버스터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액션 시퀀스 등 필요했고 기대했던 부분이 모두 잘 충족된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극장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예리한 일침을 날리는 단연 올 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가 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1> 입니다.
<사진 출처: Wallpaper Aby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