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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빼꼼무비 Jul 13. 2023

인디아나 존스, 이단 헌트 그리고 그레이스(스포)

미션 프랜차이즈의 세대 교체

(버라이어티 7월 5일자 기사 https://variety.com/2023/film/news/tom-cruise-mission-impossible-movies-80-years-old-1235661624/)


최근 한 인터뷰에서 톰이 80세까지 <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를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여기 약 2주 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라는 최고(이자 최악)의 예시가 있죠. 실제로 톰이 존경을 표했던만큼 해리슨 포드같은 80세에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는 최고의 슈퍼스타일지라도 40년 넘게 한 프랜차이즈를 멱살캐리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IMF의 다음 국장이나 팀장으로써 작전 지휘 등 조금 더 정적인 역할로 한발짝 물러서면 당연히 80세까지 출연 및 제작이 가능하겠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직접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크리스 프랫 인디아나 존스 합성 이미지

톰 크루즈 이전 해리슨 포드도 많은 스턴트를 직접 소화한 살신성인 배우 중 하나입니다. 81세를 맞이한 포드옹의 마지막 인디아나 존스 영화는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외면받으며 프랜차이즈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고 비루한 결말을 맞게 되었죠.  


5편 제작 이전 한때 영 인디아나 존스의 후보로 크리스 프랫이 언급되며 루카스 필름 내에서도 꽤 진지한 논의가 오갔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포드옹이 내가 아닌 인디아나 존스는 불허한다며 선을 그은 탓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죠.

다시 미션으로 돌아와서, 이번 작품을 보며 다소 의아했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베니스 파티 장면에서 일사와 그레이스를 두고 고민하는 이단을 보며 "지금 대놓고 환승연애를 노리는 것인가?" 또는 "이런 삼각 관계가 극에 왜 필요할까" 등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2차 관람때 비로소 톰이 자신의 사랑과 IMF의 미래를 두고 고민하는 것이라는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죠. 헤일리 앳웰은 톰 크루즈가 점찍은 차기 이단 헌트입니다.

자세히 다뤄지진 않았지만 IMF에 합류하기 이전 그가 지은 죄가 꽤 있고, 이를 빌미로 키트리지 국장은 이단을 최대한 이용해먹으려는 전형적인 미국 비밀 조직 고위직의 모습을 보여주죠. 그레이스의 배경도 범죄자 출신으로 세바스토폴의 키에 휘말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결국 직접 IMF에 합류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일사 파우스트같이 액션 영화 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억지로 퇴장시키면서까지 그레이스에게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은 괜한 결정이 아닐 것입니다. 아니 그러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일사의 열렬한 팬으로써 조금 안심이 되는 이유를 살펴보자면요.

톰이 미션 1편 개봉 당시 나이가 만 34세, 헤일리가 올해 41세(코로나 개봉 연기를 고려하면 21년에 39세)로 다소 나이가 있긴 하지만 얼추 비슷합니다. 헤일리의 자기관리 능력에 달렸겠지만 인터뷰에서도 (모든 출연진이 그렇듯) 톰에 대한 상당한 존경심이 있고, 열애설까지 날 정도로 두 배우 간에 많은 대화가 오갔었을 것을 고려하면 헤일리는 톰이 프랜차이즈를 넘겨줄 후임자로 낙점한 듯 합니다. 톰이 당장 5년 이내로 미션 프랜차이즈를 떠날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또는, 여성 리드의 신선한 스핀오프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내세울 보험이자 무기로써 그레이스를 투입시킨 것 같습니다.

무려 두 시즌에 달하는 ABC 방영 <에이전트 카터>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 속편을 통해 보여준 뛰어난 액션 소화 능력과, 치명적인 미모와 탁월한 연기력, 거부할 수 없는 영국 억양에서 오는 분위기와 상반되는 유쾌하고 명랑한 이미지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나은 결정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해리슨 포드가 유도리 있게 크리스 프랫을 차세데 인디로 인정했거나, 키 호이 콴을 마지막 작품에 등장시켜서 다음 인디로 키웠거나 했다면 시리즈가 좀 더 존속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을거라 믿습니다. 대세 배우 피비 월러 브릿지가 연기한 헬레나 쇼는 발암 그자체에 인디보다 너무 속물로 그려진 탓에 인디와 비슷한 자질은 갖고 있지만 바톤을 넘겨받기엔 매력이 너무 떨어지는 캐릭터입니다. 루카스필름은 이제 해리슨이 세상을 떠나고서야 리부트나 스핀오프를 계획할 수 있겠죠. 이마저도 팬들의 백래쉬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기도 하고, 이번 미션 작품 초반에서 89년을 배경으로 한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한 플래시백 시퀀스가 있을 뻔 했다는 뉴스도 들려오면서 묘하게 더 비교되는 두 작품입니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디에이징 기술로 영화의 첫 액션 시퀀스 전체를 망칠 만큼 과거에 연연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두려워한 프랜차이즈가 또 있을까요.

결론은 미션의 차세대 에단 헌트는 그레이스이고, 톰 크루즈가 자신의 후임자로 헤일리 앳웰을 완벽히 점찍었다는 점입니다. 신이 허락하는 한 시리즈를 끝까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잠재적 세대 교체 역시 염두에 두고 있는 역시 영리한 톰 아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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