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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을 꾸준히 다닌 지는 7개월 정도 되어가고, 열정적으로 루틴을 짜서 몰두한 지는 4개월 정도 되어간다. 이전에도 운동에는 언제나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간간이 헬스장도 들러주고 러닝 같은 간헐적인 활동들은 해왔지만, 이렇게 내 삶의 일부분이 될 줄은 생각 못했다. 뭐 어떤 계기를 통해 푹 빠져들었다기보다는, 서서히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3월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내 돈 주고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고, 같이 하는 형이 생기면서 점차 흥미가 생겼다. 결국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하루라도 헬스를 안 하게 되면 느껴지는 그 미량의 죄책감과 찝찝함, 근육이 실시간으로 손실되는 것 같은 불쾌함이 차오른다. 사실 이것조차 내가 아직 1년도 안된 헬린이라서 느끼는 그런 성급함에 불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헬스를 하는가. 당연히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겠지만, 절대 이 한 가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행위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가 없다. 그런 말이 들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고 저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저 헬스를 위한 헬스를 하는 것에 가깝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근데 그건 전혀 아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인풋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아웃풋이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백날 운동해 봤자 몇 센티의 볼륨감이 달라질까 말 까다. 그래서 솔직히 거울을 보며 몸상태를 체크하는데 그때 변화를 내 눈으로 느끼는 건 거의 환상에 가까운 내 흐린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어쩌면 맥베스가 들은 마녀의 예언처럼 내 크나큰 욕망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멍청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헬스다. 무게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이동시켰다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는다. 근데 그 맛에 하는 거다. 무게가 날 짓눌러도 버티고, 들어낸다. 그리고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뭐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해소한다거나 화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 오로지 내 머리 위로, 가슴 위로, 등 뒤로, 이 쇳덩이를 들어 올리고 당기기 위해. 어찌 보면 형벌의 성격에 가깝다고도 느껴진다. 마치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굴리고, 다시 굴리고, 또 굴리고. 그렇게 이 행위는 내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버렸다 이미. 더 이상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도 없으며, 숨 쉬는 것과 맞먹는 그런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헬스를 하는 이유가 있다기 보단 이미 그 자체가 내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연인이 자기를 왜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턱 막히지만, 결국 그 사람을 안사랑하고는 못 배기는 경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 삶 속에 이미 들어와 버렸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