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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Oct 19. 2024

나는 왜 헬스를 하는가


  헬스장을 꾸준히 다닌 지는 7개월 정도 되어가고, 열정적으로 루틴을 짜서 몰두한 지는 4개월 정도 되어간다. 이전에도 운동에는 언제나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간간이 헬스장도 들러주고 러닝 같은 간헐적인 활동들은 해왔지만, 이렇게 내 삶의 일부분이 될 줄은 생각 못했다. 뭐 어떤 계기를 통해 푹 빠져들었다기보다는, 서서히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3월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내 돈 주고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고, 같이 하는 형이 생기면서 점차 흥미가 생겼다. 결국 그러다 보니 이제는 하루라도 헬스를 안 하게 되면 느껴지는 그 미량의 죄책감과 찝찝함, 근육이 실시간으로 손실되는 것 같은 불쾌함이 차오른다. 사실 이것조차 내가 아직 1년도 안된 헬린이라서 느끼는 그런 성급함에 불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왜 헬스를 하는가. 당연히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서겠지만, 절대 이 한 가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행위만으로는 단정 지을 수가 없다. 그런 말이 들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고 저 사람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이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저 헬스를 위한 헬스를 하는 것에 가깝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근데 그건 전혀 아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인풋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 아웃풋이 있는 것은 명확하지만, 백날 운동해 봤자 몇 센티의 볼륨감이 달라질까 말 까다. 그래서 솔직히 거울을 보며 몸상태를 체크하는데 그때 변화를 내 눈으로 느끼는 건 거의 환상에 가까운 내 흐린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어쩌면 맥베스가 들은 마녀의 예언처럼 내 크나큰 욕망이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멍청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는 헬스다. 무게를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고, 이동시켰다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는다. 근데 그 맛에 하는 거다. 무게가 날 짓눌러도 버티고, 들어낸다. 그리고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뭐 스트레스를 직접적으로 해소한다거나 화나는 기억을 떠올리며 원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 오로지 내 머리 위로, 가슴 위로, 등 뒤로, 이 쇳덩이를 들어 올리고 당기기 위해. 어찌 보면 형벌의 성격에 가깝다고도 느껴진다. 마치 시시포스처럼 말이다. 굴리고, 다시 굴리고, 또 굴리고. 그렇게 이 행위는 내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버렸다 이미. 더 이상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도 없으며, 숨 쉬는 것과 맞먹는 그런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에 헬스를 하는 이유가 있다기 보단 이미 그 자체가 내 삶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연인이 자기를 왜 사랑하냐고 물어보면 말문이 턱 막히지만, 결국 그 사람을 안사랑하고는 못 배기는 경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 삶 속에 이미 들어와 버렸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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